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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민 1만7522명 ‘성경 완필’, 공동체 함께하는 신앙 성숙 | 2024-1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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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는 1992년 성경사목을 시작하면서 신자들의 영적 생활을 증진시키고 말씀을 통해 살아가도록 도움을 주고자 다양한 성경 프로그램과 성경필사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별히 성경필사는 주교에서 평신도까지, 남녀노소를 떠나 많은 교구민들이 함께한 운동이다. 교구의 성경필사 운동은 어떻게 펼쳐졌을까?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수천 년의 시간, 성경이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필사의 힘이었다. 신자들은 성경을 손으로 필사해 성경을 남겼고, 또 이 성경을 소중하게 보관해 오늘날까지 이어왔다. 수많은 필사자들의 노력이 수천 년의 세월을 딛고 하느님의 말씀이 후대에 전해졌고, 신앙의 맥이 이어질 수 있었다. 우리 신앙선조들이 신앙의 불을 꺼뜨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성경필사의 도움이 컸다. 아직 정식으로 성경을 우리말로 번역하기도 출판하기도 어려웠던 박해시기, 신앙선조들은 우리말로 번역된 성경구절들을 필사하고 필사본을 서로에게 나눠주며 신앙을 지켜나갔다. 신앙선조들이 성경 필사를 통해 신앙을 지켰듯이 오늘날 교구에도 성경필사는 중요한 신앙행위로 이어오고 있다. 교구는 1997년 본격적으로 성경필사 운동을 전개한 이래 해마다 성경을 완필한 신자에게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명의의 축복장을 전달하고 있다. 처음으로 성경 완필자에게 축복장을 수여한 것은 1997년. 당시 성경 완필로 축복장을 받은 이는 255명이었으나 해마다 성경필사자가 증가해 2024년 현재 1만7522명이 성경 완필로 교구장 주교의 축복장을 받았다. 연평균을 셈하면 해마다 626명이 성경을 완필해 교구장 축복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필사를 1회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 여러 차례에 걸쳐 필사를 완료한 이들도 많다. 교구는 성경 필사로 이미 축복장을 받고 2회 이상 성경을 완필한 이들에게는 교구장 주교가 선사하는 상품을 전달하고 있다. 올해 성경 완필로 교구장 축복장을 받은 600여 명의 신자 중에도 2회 이상 필사를 완료한 이들이 190명에 달했다. 가장 많이 완필을 마친 이는 올해로 25회 필사를 완료한 윤정구(토마스) 씨다.
개인적으로 필사를 하는 이들도 많지만, 신자 공동체가 함께 성경을 필사하는 본당도 많다. 특히 2013년 교구 설정 50주년 신앙대회에는 교구 내 186개 본당이 각각 본당 공동체가 함께 필사한 대형성경필사본을 봉헌하는 일도 있었다. 이후로도 교구 내 본당들은 본당 설립을 기념하거나 본당 차원의 특별한 사목으로 본당 공동체가 함께 성경을 필사하며 공동체의 일치와 신앙을 돈독히 하고 있다. 올해도 제1대리구 상현동·흥덕본당, 제2대리구 관악·분당성루카본당이 전 신자 성경필사를 완료해 교구장 표창패를 수상했다. 무엇보다 완필자들은 성경필사를 통해 신앙을 성숙시키고,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힘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붓글씨로 성경을 필사한 배경아(이라이스) 씨는 “코로나19로 구약성경을 7번, 신약성경을 8번 완필했던 아이들 아빠가 돌아가신 슬픔을 잊고자 성경필사를 했다”며 “성경필사를 통해 남편 영혼의 안식을 기도하면서 주님께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가정불화로 힘들던 중 필사를 결심했다는 이종란(엘리사벳) 씨는 “하루하루 아버지 말씀을 써 내려가니 무겁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고 기쁨과 행복이 왔다”며 “필사하는 과정에서 완강했던 남편도 영세를 받고 가정에 평화와 성가정의 축복이 함께했다”고 전했다. ■ 성서 주간에 만난 사람 - 반월성본당 손준혁 씨 “매일 성경 필사 작품 제작” “말씀은 볼 때마다 새롭고, 또 넓습니다. 그래서 계속 말씀을 쓰는 작업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쓴 말씀이 다른 분들에게도 묵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손준혁(비오·61·제2대리구 반월성본당) 씨는 매일 성경필사로 작품을 만들고 그 사진을 인스타그램(@pio_edith)에 공유하고 있다. 크기도 종류도 다른 조각에는 손 씨가 그날의 복음과 독서를 묵상하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은 구절이 적힌다. 붓이나 펜으로 적어 내려간 말씀에서부터 목각과 황동을 활용한 말씀까지. 성경에 담긴 글자들이 매일 손 씨를 통해 작품으로 완성된다. “처음에는 신부님 강론 말씀을 알아듣기 어려워서 성경 필사를 시작했습니다. 이후로도 「매일미사」 책에 그날 복음과 독서를 필사하면서 매일 필사를 했고, 지금은 말씀 작업을 하면서 기쁨을 찾고 있습니다.” 손 씨가 세례를 받은 것은 2016년, 이듬해 견진도 받았지만, 그날의 말씀을 해설하는 강론이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필사였다. 신·구약 전체를 필사한 손 씨는 「매일미사」에 그날 복음과 독서를 적어내려가기 시작했고, 말씀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2021년부터는 매일 성경필사를 했고, 평생 업으로 살아온 디자인 기술을 활용해 말씀을 표현해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나무라는 소재가 주는 따듯함이 말씀이 주는 따듯함과 닮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나무와 황동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십자가 형태의 나무에 황동으로 조각한 말씀을 못으로 고정하면서 말씀이신 하느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심을 묵상했다. 한 장의 화폭에 펜으로 복음서 한 권을 겹쳐 필사하면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작품들로 2022년 첫 개인전을, 그리고 지난 10월 1일에서 6일까지 수원화성순교성지 뽈리화랑에서 2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뽈리화랑에서 열린 개인전 중에는 매일 제작한 성경말씀 나무조각 작품으로 전시회장을 꾸미기도 했고, 또 이 작품들을 성지 성체조배실 리모델링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성지에 봉헌하기도 했다. 손 씨는 “작품이라기보다 제가 말씀이 좋아서 매일 남긴 것인데 그것을 좋은 곳에 좋은 의미로 써주신다고 해서 정말 기뻤다”며 “앞으로도 매일 꾸준히 말씀을 써나가며 전시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말씀을 쓰고, 또 각인하는 것은 제가 신앙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씀을 찾은 것이 행복했던 것처럼, 제가 쓴 말씀을 보시는 분들도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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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1-19 오후 5:32:15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