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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안에서 형제적 일치 이루는 여정 이어갈 것” 2024-11-15

한국과 일본 주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교회가 일본에 파견하는 선교 사제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 양국 교회의 영적 유익과 선교 활성화에 기여할 보다 발전적인 사제 교류 방안을 모색했다.


주교들은 3년 앞으로 다가온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의 의미와 준비 현황도 공유하며 성공적인 준비와 개최를 위한 양국 교회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제26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이하 모임)이 11월 12일부터 사흘간 광주대교구에서 열렸다. ‘2027년 세계청년대회’와 ‘한일 사제 교류의 어제와 오늘’ 주제로 전남 목포 광주대교구 한국레지오마리애 기념관에서 열린 모임에는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와 한국 주교 24명, 일본 주교회의 부의장 우메무라 마사히로 주교 등 일본 주교 14명이 참석했다.



한국 선교 사제 일본 파견은 한일주교교류모임의 결실
현황과 과제 솔직히 나누고 더 나은 미래 방향 모색


주교들은 13일 한일주교교류모임이 맺은 열매 중 하나인 한국교회의 일본 선교 사제 파견 현황을 살펴보고 더 나은 교류를 위한 과제를 논의했다. 현재 일본교회에는 한국교회 각 교구에서 파견한 50여 명의 사제가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히로시마교구장 시라하마 미쓰루 주교와 가고시마교구장 나카노 히로아키 주교는 ‘한국 사제가 파견된 일본 교구 주교의 이야기’를, 부산교구 김기영(안드레아) 신부와 광주대교구 송형근(야고보) 신부는 ‘일본에 파견된 한국 사제의 이야기’를 주제로 발표했다.


일본 주교들은 문화적 차이와 언어적 한계가 있지만 한국 사제들이 일본교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사제를 기꺼이 파견하고 있는 한국교회에 감사를 표했다.


부산교구의 자매교구인 히로시마교구에서 13년간 선교 사제로 활동한 김기영 신부는 “언젠가는 일본 사제들이 한국에 파견되고 한일 간 신앙의 다리가 튼튼해지면 더 많은 사람이 그 다리를 오가며 서로 만날 것”이라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이 커져 갈 때 그 평화의 다리는 세속의 모진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더욱 견고해지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주교들은 “일본에 파견된 한국 사제들의 노고를 확인하고 구체적인 체험 사례를 공유한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한국교회가 일본교회를 돕는 것이 아닌 함께 더불어 가는 의미에서의 사제 파견과 교류가 앞으로도 두 나라 교회에 영적으로 도움을 주고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올해 6월 교구 사제단과 함께 후쿠오카교구를 방문한 인천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는 “청년사목을 주제로 열린 이번 교류 행사 후 일본교회에 대한 교구 사제단의 관심이 크게 늘었다”며 “한일 사이 선교 사제 교류는 단순히 주교들 사이의 대화 문제가 아니라 해당 교구 사제단이 어떻게 일본이라는 나라를 생각하는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주교들은 한국 사제의 일본문화 적응 교육, 선교 사제 파견 시스템 구축 등 한국 사제들의 일본 정착과 원활한 사목활동을 위한 다양한 방안도 개진했다.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 현황 공유...일본 주교들 높은 관심


주교들은 3년 앞으로 다가온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의 의미를 새기고 한국교회 준비 현황을 공유하며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서울 WYD 지역조직위원회 사무총장 양주열(베드로) 신부는 12일 ‘2027 세계청년대회 개요와 준비 현황’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서울 WYD는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공존하는 한국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선포하는 기회”라며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진정한 화해와 평화를 어떻게 이뤄야 하는지, 그 안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은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지 체험하고 증거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주교회의 부의장 우메무라 마사히로 주교는 가톨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WYD에 일본교회가 어떤 방식으로 참여해 힘을 보태고 성공적인 대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일본교회의 관심이 매우 크다”며 “서울 WYD를 통해 한국뿐 아니라 일본교회도 활력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활기차게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산정동성당에서 신자들과 미사 봉헌
“형제적 일치 이루며 마음으로도 가까운 이웃 되길 희망”


주교들은 13일 광주대교구 목포 산정동성당에서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 주례로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옥현진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호남평야의 곡물을 일본으로 실어 나르던 항구도시로 아직 그 흔적이 곳곳에 남은 이곳 목포에서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주교들이 미사를 함께 봉헌하는 것이 뜻깊다”며 “양국 간 역사적 화해를 아직 이뤄내지 못했지만 하느님 안에서 형제적 일치를 이뤄가는 한일주교교류모임을 통해 하나씩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나가는 여정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말씀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배우며 역사 공부를 공동으로 시작하며 한일주교교류모임을 시작한 선배 주교님들의 뜻을 이어받아 양국 간 진심 어린 화해를 도모하고 거리뿐 아니라 심정적으로도 가까운 이웃이 되길 희망한다”며 “역사를 교훈 삼아 현재를 직시하고 해결책을 찾아갈 때 우리는 발전적인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광주광역시 소재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강우일 주교 “양국 국민이 짊어진 십자가 여정 성찰하는 자리 되길”


올해 행사에는 초창기부터 한일주교교류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강우일(베드로) 주교, 이병호(빈첸시오) 주교, 이기헌(베드로) 주교 등도 참석했다.


강우일 주교는 12일 광주대교구 호남동성당에서 봉헌된 미사 강론에서 “이 소중한 만남이 한일 양국 국민이 짊어지고 살아온 양심적, 윤리적, 경제적, 사회적, 역사적 십자가의 여정에 주교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경청과 공감, 연대와 참여를 모색하고 실천해 왔는지 성찰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미사 후 주교들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이 묻힌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11-15 오후 3:52:06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