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임근배(야고보) 건축가는 한옥 마당이나 자연과의 연결을 성당과 수도원에 도입해, 신자들이 하느님과 더욱 깊이 교감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거나, 한국인 정서에 맞는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공간 구성을 통해 가톨릭 신앙의 토착화를 실현해 왔다. 

「세상 속의 아버지 집」은 그가 설계한 여러 가톨릭교회 건축물을 소개하고, 그 안에 담긴 신앙적 의미를 찾는다. 강조되는 것은 “교회 건축물은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신앙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한편 신자들이 하느님과 만나는 특별한 장소”라는 것이다. 

저자는 ‘가톨릭의 시작과 순교-수도원-세상 속 아버지 집-교회의 집’을 주제로 네 개의 장을 통해 각 건축물의 건축 배경과 설계 의도, 뒤 얘기들을 컬러 화보 속에 소개하고 있다.

제1장에서는 광암 이벽 기념 성당과 멍에목 성지, 제물진두 순교기념경당 등 한국 ‘가톨릭의 시작과 순교’와 관련된 인물과 그들 신앙을 기리는 건축물을 다룬다. 

제2장은 ‘수도원’으로, 수도자들이 신앙 속에서 삶을 영위하며 생활하는 공간에 대한 설계를 조명한다.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여주 수녀원, 장성 성클라라 수도원, 양평 콜베마을, 고양 마리아수도회의 사례를 통해 수도자들의 청빈과 정결, 순명의 삶을 어떻게 건축적으로 풀어냈는지 보여준다. 

‘세상 속 아버지 집’으로 이름 붙인 제3장은 송도 조형예술대학 같은 종교적·예술적 공간이 현대 사회에서 어떤 영적 쉼터로 기능하는지 알려준다.  제4장 ‘교회의 집’은 시대 흐름과 함께 종교 건축이 변화하는 모습을 설명한다. 여기에는 춘천교구 죽림동주교좌성과 및 화재의 상처를 딛고 신앙의 터전을 새롭게 마련한 상동성당, 절집 같은 가톨릭 수도원으로 매력적인 회랑을 갖춘 연천 아우구스띠노 수도원 등이 소개됐다.

임근배 건축가의 지향은  ‘한국 문화 전통에 토착화된 그리스도교 건축이 되어야 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그는 한국 전통 건축의 미학은 물론이고 불교 사찰이 가진 미덕마저도 기꺼이 포용한다. ‘건축의 근본이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인본주의적 건축 정신이 배어 나온다. 

책은 그런 보수성과 폐쇄성을 뛰어넘어 새로운 정체성을 담아내는 저자의 과감한 건축적 시도를 엿보게 한다. 또 건축물 자체를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들고자 한 모습을 통해 독자들에게 신앙적·건축적 영감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