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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그러하셨듯 고립된 가난한 이웃 찾아나서야” | 2024-1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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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감·심리적 빈곤 심화로 오늘날 가난 더 잔인해 “과거와 달리 현재의 빈민은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방 안에 숨어 더욱 고립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으니 예수님이 그러하셨듯 교회가 찾아가야죠.” 1990년대 후반, 도시개발로 철거민들이 집을 잃은 현장에 교회는 ‘빈민사목’의 이름으로 동행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섰고 그곳에 살았던 빈민들은 도시에서, 기억에서 사라진 듯 보였다. 당시 철거지역에 선교본당을 두고 빈민사목에 집중했으나, 빈민들이 사라지자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웠다. 서울 빈민사목위원회 위원 이영우(베드로) 신부는 가난한 이들을 찾아 나섰다. 예수님이 그러하셨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봉천3동(선교)본당 주임을 하면서 대학동 고시촌에 가난한 중장년층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됐어요. 사법고시가 폐지되면서 고시생들이 떠난 동네에 빈민들이 몰려들었죠. 쪽방촌과 이곳이 다른 것은 옆집 이웃의 얼굴도 모를 만큼 철저히 고립된 생활을 하는 분들이라는 겁니다.” 대학동 고시촌에서 가장 싼 방은 월 10만원가량. 고시원의 특성상 옆방과 완전히 분리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없다. “예전에는 가난했을지언정 서로 애환을 나누고 도우며 위로를 받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의 가난이 더욱 잔인한 이유는 심리적 빈곤이 심화되는 것입니다. 사회복지 기관에서 빈민들을 만나러 오긴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끼리 만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같은 처지인 사람들끼리 만나서 소통할 때 찾을 수 있는 공감대와 시너지가 있기 때문이죠.” ‘참 소중한...’ 센터는 대학동 고시촌에 마련된 작은 쉼터다. 주방과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이곳에서 사람들은 밥을 먹거나 책을 읽으며 쉬어간다. 미사와 교육, 야유회, 운동 등 사람들이 만나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센터에서 이뤄진다. 취재를 위해 찾은 11월 8일, 혼자 라면을 먹고 있는 주민 앞에 앉은 남성은 대뜸 “물류센터에서 일을 하느라 몸이 성한 데가 없다”고 토로한다. 귀찮은듯하면서도 “병원에 가보라”며 걱정 어린 말을 건네는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람 사는 온기가 남았다. 배를 채울 밥과 돈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과 사랑인 듯했다. 이영우 신부는 미처 밖으로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사랑을 나눌 수 있는, 환대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이 신부는 “가난한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기에 이제는 빈민사목을 특수사목으로 국한하지 않고 모든 본당,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을 찾아서 동행하려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루카 14,13)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세계 가난한 이들의 날을 맞아 우리는 다시 한번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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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1-12 오후 3:52:08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