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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상식 팩트 체크] ‘연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다? | 2024-1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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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가 났다.”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많은 분들이 “이 말을 왜 모르냐”고 반문하시겠지만, 아마 비신자들에게는 마치 암호처럼 알쏭달쏭한 말이지 않을까 합니다. 한국교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바치는 기도를 연도(煉禱)라고 불러왔습니다. 연도는 연옥의 영혼을 위해 바치는 기도라는 의미에서 온 말인데요. 지금은 ‘위령기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 “연도가 났다”는 말은 주로 ‘상이 났으니, 위령기도를 바치러 가야 한다’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우리 신자들은 어느 신자의 집에 상이 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연도가 났다”고 서로에게 알립니다. 신자들은 이렇게 여러 신자들과 함께 빈소를 찾아 빈소에 ‘연도 소리’가 끊이지 않도록 함께 기도해 주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지요.
‘연도 소리’를 들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의 위령기도, 연도는 보통 선창자와 후창자가 주고받으며 우리 고유의 구성진 노랫가락에 맞춰 바칩니다. 우리 소리에 담긴 기도문에 어쩐지 더 정감이 가는데요. 그렇다면 이런 연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걸까요? 그렇습니다. 토착화의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연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통입니다. 물론 서양에서도 위령기도를 노래로 바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연도는 단순히 노래로만 바치는 위령기도가 아니라 보편교회의 기도가 우리 문화와 정서, 전통에 잘 융화된 우리 고유의 기도입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이렇게 위령기도에 우리 가락을 붙여 연도를 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미 박해시대부터 연도가 자리 잡았다고 추정됩니다. 박해시대 우리 선조들은 신자 집에 장례가 나면 밤을 새워 기도해 줬다고 하는데요. 이때 연도를 바쳤으리라 여겨집니다. 이처럼 오랜 기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연도는 각 지역의 특색에 따라 조금씩 다른 가락으로 노래해 왔는데요. 1991년 연도의 가락이 오선악보에 수록됐고, 2003년 한국교회 차원에서 「상장예식」을 마련하면서 전국 모든 신자들이 같은 가락으로 연도를 바칠 수 있게 됐습니다.
왜 신앙선조들은 연도를 노래로 바쳤을까요? 신앙선조들이 상장례 때 사용한 「텬쥬셩교례규(천주성교예규)」에 그 답이 나와 있습니다. 「텬쥬셩교례규」에는 “왜 소리 높여 노래하며 연도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노래하는 소리로써 내 생각을 들어 주께 향하게 해 내 마음을 수렴하게 하고 더욱 구원을 향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 밝히고, 또 “우리가 죽음의 슬픔 가운데 있지만 우리의 슬픔은 희망 없는 믿지 않는 이들과 다르기 때문”이라 전합니다.
혹시 ‘연도를 노래로 바치면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힘들다’고 불편해하신 적 없으신가요? 하지만 가족이 세상을 떠나 슬픔에 잠겨있을 때, 빈소에서 이어지는 연도 소리는 얼마나 큰 위안을 주는지 모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신앙인에게 연도는 신앙 공동체가 한목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고 부활을 향한 믿음과 희망을 노래하는 고백이자 기도입니다. 이번 위령 성월이 가기 전에 누군가를 위해 한 번쯤 연도를 바치시면 돌아가신 분께도, 또 우리 자신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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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1-06 오전 9:52:00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