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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한국가톨릭학술상] 이모저모 2024-11-05

10월 31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 3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28회 한국가톨릭학술상(이하 가톨릭학술상)은 2019년 제23회 가톨릭학술상 이후 5년 만에 본상, 연구상, 번역상, 공로상 등 시상 영역의 모든 부문에서 수상자가 나왔다. 또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대구, 광주, 부산 등 다양한 교구의 사제와 평신도 신학자들이 수상함에 따라 어느 때보다 풍성한 학술 잔치가 됐다.



◎... 수상자들과 학술 관계자들을 비롯한 교회 내외 인사, 역대 수상자 등 약 120명이 참석한 시상식에서는 가톨릭학술상 운영위원장인 가톨릭신문 사장 최성준(이냐시오) 신부의 인사말과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의 격려사, 득인기공 권오광(다미아노) 대표 축사가 이어졌다. 
계속해서 가톨릭학술상 운영위원 배영호 신부(베드로·수원교구 원로사목)와 이재룡 신부(시몬·한국성토마스연구소 소장)가 각각 경과보고와 심사평을 밝혔으며 조광 교수(이냐시오·고려대 명예교수)는 공로상 공적조서를 발표했다. 이후에는 부문별 시상과 수상 소감 발표가 있었다.


◎... 조환길 대주교는 격려사를 통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오직 하느님의 진리와 교회에 대한 참된 사랑으로 탁월한 업적을 이뤄낸 수상자들에게 감사와 축하의 뜻을 전했다. 
조 대주교는 특별히 공로상을 받은 정달용(요셉) 신부에게 감사 인사를 밝히며 “올해 연세가 86세인데도 지금까지 매일 학교에 출근해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계시고, 학생들이 어떤 내용을 문의하면 ‘어느 서가 몇째 줄에 어떤 책이 있으니까 몇 페이지를 읽으면 다 나온다’고 설명하실 만큼 정말 대단하시다”고 소개했다. 
또 “정 신부님에게 없는 3가지는 휴대전화, 자동차, 텔레비전인데 그만큼 책과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밖에 모르시는 특이하시면서도 정말 우리에게 꼭 필요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 올해로 가톨릭학술상을 후원한 지 5회차를 맞은 ㈜득인기공은 이번 시상식 후원금을 예전의 두 배로 올려 지원해서 더 큰 감사의 박수를 받았다. 이를 통해 본상과 각 부문 수상자에게는 각각 3000만 원과 1000만 원의 상금이 전달됐다. 
권오광 대표이사는 “급변하는 일상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의 진리를 바로 잡고 영성을 키워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신학과 철학의 발전이 수반되어야 하고, 그 발전을 토대로 사회 제 문제들을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보편적으로 실천할 방안을 내놓는 일이 앞으로 교회가 해 나갈 큰 과제라 생각하기에 한국가톨릭학술상이 갖는 의미는 더 크다”고 전했다.



◎... 수상자 중 첫 번째로 소감 발표에 나선 염철호 신부(요한 사도·부산가톨릭대학교 부총장)는 “번역상 수상 소식에 아주 기뻤다”며 “늦은 나이에 유학하러 가서 공부하다 보니 외국말로 책을 본다는 게 너무 어려웠고 그래서 필요한 책들을 제가 읽으려고 번역하면서 공부했다“고 번역의 계기를 들려줬다. 
염 신부는 ”귀국해서도 한국에서 번역하면 좋을 것 같은 책들을 하나둘씩 계속 번역해 왔고, 지금도 계속 조금 조금씩 매일 해나가고 있는데, 번역상은 앞으로 계속 번역하라는 말씀으로 이해하고 또 좋은 책들을 번역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 연구상을 받은 강수원 신부(베드로·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는 ‘가족의 구원 이야기’인 수상작 「토빗기」의 의미를 알리며 “오늘날 가정 안에서 불신과 걱정, 빈곤과 질병, 신앙의 회의를 갖고 살아가는 많은 신앙인들이 토빗기를 다시 읽으면서 초라한 자신의 일상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새롭게 발견하고 섭리를 신뢰하며 확신 속에 살아가게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교회 안에서 구약성경 제2경전 연구가 더 활발해져서, 이 책들을 정경이 아닌 ‘외경’으로 분류하는 개신교에서도 그 탁월한 신앙적 교훈적 가치에 공감하는 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 본상 「교부학 사전」 수상 인사는 공동 번역자 하성수(시몬) 박사, 노성기(루포) 신부, 최원오(빈첸시오) 교수 중 하성수 박사가 맡았다. 하 박사는 평신도 신학자 양한모 선생을 기려 제정된 가톨릭학술상의 취지를 상기시키며, 평신도 신학자 양성의 중요성을 깨우쳤다. 
“우리나라에는 역량 있는 사제 학자들이 많지만, 바쁜 사목 활동으로 학술적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한 하 박사는 “가톨릭학술상이 평신도 신학 연구를 꾸준히 격려해 왔지만, 교회도 성전을 짓는 일뿐 아니라 성전(聖傳) 곧 교부들의 거룩한 전통을 연구하고 번역하는 데 투신할 평신도 양성에 큰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말했다.


◎... 하 박사는 22년 동안 함께한 세 사람의 학문적 우정을 밝히고, “한결같은 꿈은 교부학 동기들과 더불어 이 땅에 교부들의 삶과 가르침을 소개하고, 교부 연구에 밑거름이 되는 일이었고, 그 희망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아울러 분도출판사 정한교(아우구스티노) 편집장, 전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장 이형우(시몬 베드로) 아빠스, 서공석(요한 세례자) 신부, 변종찬(마태오) 신부 등 세상을 떠난 한국교부학연구회 회원들을 기억하며 이들의 영원한 삶도 기원했다.





◎... 평생을 철학 발전 연구와 사제 양성에 헌신한 공로상 수상자 정달용 신부의 수상 소감에서는 더 힘찬 박수가 쏟아졌다. 정 신부는 1990년대 전반 한 젊은 철학 교수의 제안으로 성사된 ‘한국 중세철학 연구소’ 이야기를 전하며, “이후 중세철학회로 명칭이 변경돼 제가 초대 회장으로 추대되었고 학술지 「중세철학」은 우리나라 유수의 학술지로 발돋움해서 지금까지 그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뿌듯하다”고 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준비하던 중 귀국해 1975년부터 신학 교육 현장에 섰던 정 신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가르치고 있고, 만 50년을 채우게 됐다”며 “제가 상을 받는 이유는 ‘50년 동안 수고했다’는 의미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앞서 가톨릭학술상 운영위원 조광 교수는 공로상 공적 조사에서 정달용 신부의 공로를 우리 신앙의 토착화 측면으로도 조명해 시선을 모았다. 
조 교수는 “종교사회학에서 신앙의 토착화를 논할 때 인적 토착화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외국인 선교사가 아닌 현지인이 현지 사목을 책임 지게 되는 일”이라며 “이 견지에서 1899년부터 1939년까지 40년간 용산신학교에서 신학생 교육을 책임지던 파리 외방 전교회 피에르 기낭 신부 기록을 능가했다는 것은 신앙 토착화라는 입장으로 볼 때도 분명 주목받아야 할 사건”이라고 했다. 또 “교구 소속 성직자로서 지닌 신학 교육 50년이라는 기록은 아마 세계 교회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11-05 오후 1:52:03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