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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2024-11-04

밴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노래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듣다 보면 가끔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30대 이상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가사 때문입니다. 리더 김종진의 흥얼거리는듯한 창법은 이 노래의 분위기를 한껏 살리지요. 언젠가 노래방에서 이 곡을 멋지게 부르는 후배의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밴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드러머 전태관은 50대 중반 나이에 암 투병으로 주위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그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지기이자 맴버인 김종진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종진아, 참 덧 없고 덧 없다”

제 처의 백모님은 한국전쟁 때 고향을 떠나 월남한 후 갖은 고생을 하며 자식들을 키웠습니다. 자그마한 체구에 환갑을 넘어서까지 행상을 하며 어려운 살림을 도맡았습니다. 말년엔 오랜 병상생활로 다시 한번 고통을 겪었습니다. 백모님이 임종하기 얼마 전, 병문안을 간 아내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바실리사, 지나고 보니 한순간이더라. 너무 돈 돈 하며 살지 마라.”

한동안 ‘임사체험’(근사체험이라고도 합니다)에 관한 책과 자료들을 접하며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비과학적이란 비난을 들을까봐 대화의 소재로 삼기도 조심스러웠지만, 임사체험을 경험한 사람들의 고백과 증언이 제겐 너무 생생했고 울림 또한 컸습니다. 체험자들마다 고백하는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 오히려 신뢰를 갖게 했습니다.

신경외과 의사인 이븐 알렉산더의 ‘나는 천국을 보았다’와 그의 두 번째 고백인 ‘나는 천국을 보았다 두 번째 이야기’를 읽고서 제가 받은 충격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확신을 더해준 책이기도 합니다. 제가 찾은 답은 ‘이타적인 삶’입니다.

임사체험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다음 말은 이승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알려줍니다. “어쨌든 빛의 존재를 만난 사람들은 변화되고 그 체험은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그들의 종교나 철학이 어떠하든, 그러한 체험은 영적인 것에 더 깊은 관심을 갖도록 해준다. 그들은 죽음과 매우 다른 관계를 맺게 되고 이웃사랑을 우선으로 여기며, 삶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 것임을 주변 사람들에게 단언한다.” 죽음을 묵상하는 위령성월. 이승의 삶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 때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과 친교를 이룰 때 지상에서 미리 천국을 맛보게 된다. 그림은 조토 디 본도네가 그린 ‘최후의 심판’(1303∼06년, 스크로베니소성당, 이탈리아 파도바).

 


글 _ 전대섭 (바오로, 전 가톨릭신문 편집국장)
가톨릭신문에서 취재부장, 편집부장,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대학에서는 철학과 신학을 배웠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바보’라는 뜻의 ‘여기치’(如己癡)를 모토로 삼고 살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11-04 오전 8:32:00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