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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들 아픈 상처 보듬고 소명 의식 북돋아 2024-10-30
한국 교회에서 유일하게 소방공무원 사목을 하고 있는 강혁준 신부는 “소방관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지 않도록 시스템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방관이 초등학생들에게는 존경받는 직업이지만, 직업적 자존감이 최하위 직업군이라는 건 논문이나 통계에 다 나와 있어요. 순직보다 자살률이 높고요. 끔찍한 장면을 보는 것에 훈련된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소방관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지 않도록 시스템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9일 소방의 날을 앞두고, 한국 교회에서 유일무이하게 소방공무원 사목을 하는 강혁준 신부를 만났다. 서울대교구 사목국 직장사목팀 소속으로 올해 5년째 화재 예방과 진압뿐 아니라 구조·구급 같은 응급 상황에 투입되는 소방 공무원들을 만나고 있다.

강 신부는 2019년 8월 부임해 ‘소방공무원 사목’이라는 특수사목 분야를 맞닥뜨리고 가톨릭교회 교리서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교황 회칙 등을 파고들었다. 해외에 나가 사목하는 동창 신부들을 통해 외국 교회의 소방사목에 대한 현실과 조언도 들었다. 전·현직 소방관들을 만나고, 무작정 소방서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관련 논문과 자료도 찾아 읽었다.

강 신부는 서울소방재난본부를 먼저 찾아가 소방관들을 돕고 싶다고 제안했고, 2019년 처음 노동사목회관에서 이틀 동안 소방관 워크숍을 열었다. 자기 자신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조건 없이 지지받는 통합예술치료로 접근했다. 소방관들의 회복 탄력성을 증진해주는 예술심리 치유 프로그램인 ‘해피아트테라피’를 소방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방관 2500여 명이 이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소방공무원과 가족들을 위한 자기 돌봄 피정도 하고 있다. 소방관을 위한 프로그램 진행은 ‘큰사랑봉사회’가 도맡고 있다.

강 신부는 소방관 직무를 수행하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많은 이들을 봐왔다. 화재 진압 현장에 뛰어들어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 후 수십 년이 지나도록 탄내가 코끝을 스치고, 아이와 엄마의 비명이 환청으로 들려 고통받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은퇴 후 파킨슨병이 찾아오기도 하고, 몸에 마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모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다.

“목이 마른데도 목이 마르다는 것을 모르고 살죠. 목마르다고 말하면 약점이 되는 시대예요. 소방관들의 회복 탄력성을 높여주기 위해 그들의 심리적 어려움을 이해하고, 시스템적으로 예방해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강 신부는 “소방관으로 살아가는 분들이 신앙 안에서 소명과 사명을 찾는다면, 그 큰 가치가 자신을 지켜주는 힘이 될 것”이라며 “신앙이 없는 소방관들도 삶의 이유를 자신에게서 답을 찾기보다 더 큰 가치에서 발견하려고 노력하면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도 그것에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4-10-30 오전 7:32:14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