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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기고 영성 다듬는 책과 만날 시간 | 2024-1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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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화가친(燈火可親)’, 가을은 등불을 가까이하여 글 읽기에 좋은 시기임을 이르는 말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에 나들이하는 사이사이, 마음도 챙기고 영성도 다듬을 수 있는 책들도 가까이 해보자. 다시 만나는 구약성서 / 장 루이 스카 신부 / 박요한 영식 신부 / 가톨릭대학교출판부 「다시 만나는 구약성서」는 지난해 소개된 「처음 만나는 구약성서」에 이어 출간됐다. 로마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오경을 강의하며 수많은 저서와 논문을 남긴 장 루이 스카(예수회) 신부가 설화와 성경 주석을 통해 구약성경이 담고 있는 깊고 풍부한 의미를 살펴본다. “이 신탁과 레위기 25장의 법들을 비교하면 이 ‘은혜의 해’는 거룩한 해 또는 희년임을 알 수 있다. 감옥에 갇힌 이들과 종들이 해방되어야 하는 해이다. 이 종들은 빚을 갚기 위하여 종들이 된 사람들에 비교되는 유배자들이다. (중략) 이들은 귀환한 유배자들이며 바빌론의 침공으로 파괴된 성읍을 재건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에는 희년과 유배에서의 귀환 사이에 밀접한 연결을 위한 보완적 표시들이 있다. 그러므로 ‘은혜의 해’는 유배를 종식시키고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는 귀환의 문을 연다.”(198쪽) 책은 창조의 시간부터 성조들, 고대 사회의 족보와 사랑, 이집트의 노예제도와 약속의 땅에서의 일에 대한 성찰, 희년과 순례, 원로들과 사제의 역할 등을 짚고, 마지막으로 구약성경에 기묘한 방식으로 나타나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설명한다. 감정 학교 / 안셀름 그륀 신부 / 나무의마음 「감정 학교」는 시기심·모욕감·질투·혐오·분노·증오·탐욕·후회·고독·두려움 등 인간의 대표적인 감정 48가지가 어떻게 우리 존재를 규정하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 안셀름 그륀(성 베네딕도회) 신부는 잘못된 감정적 대응으로 후회하고 있거나 자책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성경 속 인물들의 다양한 사례와 융의 심리학을 결합해 감정의 양면성을 통찰력 있게 보여주고 그 본질과 쓸모를 알려준다. “카를 융은 정신분석 치료 과정에서 후회에 젖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에 따르면, 그들은 삶을 바꾸려는 ‘후회의 능동성’을 잊어버린 채 후회라는 감정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융은 이런 마음 자세를 사람들이 추운 겨울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 따뜻한 이불 속에 머무는 것에 비유합니다. 그는 사람들이 후회한다고 말하지만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설명합니다.”(126쪽) 부정적인 감정만 살펴보는 것은 아니다. 사랑·기대감·희망·신뢰·자유·행복·감동·기쁨·자부심 등 타인과 함께하고 나를 안정시키는 기분 좋은 감정들을 천천히 음미하고 잘 다스릴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한다. “‘그러므로 너는 기쁘게 네 빵을 먹고, 즐겁게 네 포도주를 마셔라.’(코헬 9,7) 전도자 코헬렛은 인간이 온갖 고통을 겪더라도 기쁨을 느끼도록 창조되었다고 말합니다. (중략) 기쁨은 충만한 삶에서 오는 것이지,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감정이 아닙니다. 하지만 의미 있게 사는 노력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언젠가 우리 안에 있는 기쁨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264쪽) 영적 위로 / 티모시 갤러허 신부 / 김영의 옮김 / 이냐시오영성연구소 「영적 위로」는 이냐시오 영성 전문가 티모시 갤러허 신부의 대표작 「영의 식별」에 이은 책이다. 「영의 식별」이 신자들의 전반적인 영적 상태를 스스로 감지하고 파악하여 대처할 수 있게 도와주는 내용이라면 「영적 위로」는 더 섬세하고 진전된 상황에서의 영의 식별을 돕는다. 즉 원수가 ‘선을 가장하여’ 지극히 열심한 신앙인들을 속이려는 상황에서는 식별에 새로운 안내가 필요하다. 차츰차츰 악한 영 특유의 해로운 끝으로 이끌어 가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이냐시오는 신앙인들이 그 끝을 주의 깊게 관찰할 것을 강조한다. “우리는 생각의 진행 과정에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시작과 중간과 끝이 모두 선하고 모두 선으로 기울어 있다면 이는 선한 천사의 표지이다. 그러나 떠오른 생각들이 그 진행 과정에서 결국은 어떤 악한 결말에 이르거나, 산만해지거나, 이전에 구상한 것보다 덜 좋은 쪽으로 이끌거나, 이전에 누리던 평화와 안정과 침착성을 빼앗아 심약해지게 하거나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면 이는 우리의 유익과 영원한 구원의 원수인 악한 영에서 나왔다는 분명한 표지이다.”(134쪽) 현명한 이타주의자 / 슈테판 클라인 / 장혜경 옮김 / 페이지2북스 종교인이나 매체에 소개될 정도로 특별한 사람이 아니면 현실에서 이타주의자로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독일 출신의 슈테판 클라인은 「현명한 이타주의자」에서 “언뜻 보기엔 시간과 힘, 돈을 자신의 목표를 위해 투자하는 사람이 더 이익일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타인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이타주의자가 훨씬 앞서간다”고 주장한다. 생물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이타주의에 대한 정의부터 왜 사람은 남을 돕는 일에 서툰지, 어떤 경우에 남을 돕게 되는지, 왜 이타주의자가 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답변을 사회생물학·진화심리학·뇌과학·경제학 등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다양한 학문과 실험 결과들을 근거로 설명한다. “남을 신뢰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 20년 전부터 우리는 핵스핀단층촬영장치 덕분에 느끼고 생각할 때의 뇌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중략) 신뢰는 기분을 좋게 해준다. 타인이 우리를 위해 기대 이상의 것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신뢰를 느끼면 보상 시스템은 마음씨 착한 사람들과 관련된 모든 기록을 환기시킨다. 공정한 행동을 한 사람은 우리 기억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82쪽) 채식주의자 / 한강 / 창비 요즘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책이다.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에 이어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 「채식주의자」. 소설가 한강씨가 2007년 펴낸 「채식주의자」는 어느 날부터 육식을 거부하며 가족들과 갈등을 빚기 시작하는 ‘영혜’를 중심으로 남편·형부·언니의 시선에서 서술된다. 가족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가부장의 폭력, 그리고 그 폭력에 저항하며 금식을 통해 동물성을 벗어던지고 나무가 되려는 영혜가 보여주는 식물적 상상력이 신선하다. “어떤 고함이, 울부짖음이 겹겹이 뭉쳐져, 거기 박혀 있어. 고기 때문이야.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 그 목숨들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걸려 있는 거야.”(72쪽)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국내에서는 두 번째로 노벨상을 받은 한강 작가는 한국인 최초·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자다. 「채식주의자」는 2010년부터 일본·중국·프랑스 등에서 꾸준히 번역·출간되었고, 지금까지 40개국 이상에 판권이 수출되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국내에서는 2009년 개봉했고, 25일 볼로냐에서 초연된 연극은 이탈리아 주요 도시를 거쳐 프랑스에서도 상연될 예정이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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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0-23 오후 2:12:15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