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뉴스
- 전체 2건
[방주의 창]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2024-10-23 |
---|---|
교회는 해마다 9월의 마지막 주일을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로 지내고 있다. 올해로 110차를 맞는 이날은 이주민과 난민 문제가 오랫동안 교회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라는 점을 보여주는 날이다. 의정부교구는 해마다 이날 이주민 축제를 열어 교구 내 거주 중인 이주민들과 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 국가, 인종 공동체의 화합을 도모하는 동시에 이주민과 선주민이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19로 몇 년 동안 중지됐던 이주민 축제를 다시 열기로 결정하며, 교구 이주사목위원회(이하 엑소더스)는 고민에 빠졌다. 이주민 축제의 본래 취지와 다르게 어느새 이주민들‘만’의 축제로 굳어버렸기 때문이었다. 1000명 가까운 인원이 모이다 보니 교구 산하 수련원을 축제 장소로 선택했던 결정이 역설적이게도 축제에 대한 선주민의 관심이 줄어들게 만들었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이에 따라 일선 본당을 섭외해 축제를 열고 축제 이름도 ‘엑소더스 축제’로 변경해 선주민들도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갈피가 잡혔다. 그리하여, 본당에서 열리는 첫 ‘엑소더스 축제’의 장소는 자연스럽게(?) 동두천성당으로 낙점됐다. 본당 관할 구역에 오랫동안 이주민들이 집단 거주하고 있어 선주민 신자들도 어렵지 않게 축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축제 장소로 선정된 후 엑소더스 위원장 신부들과 직원들이 몇 차례 방문해 차근히 계획을 짜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 함께 하면서 ‘이렇게 세세한 것까지 신경을 쓰다니!’ 하며 놀란 적이 적지 않았다. 지난 축제들에서 파악한 문제점이 어디서 기인한 것이며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그러면서도 축제에 참여하는 이주민과 선주민이 불편하지 않으려면 또 어떤 것을 생각해야 할지 등 정말 많은 것을 염두에 둔 기획 과정이었다. 마침내 엑소더스 축제 당일. 축제는 의정부교구장 손희송(베네딕토) 주교님이 주례하신 개회미사로 막을 열었다.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 한 미사에서 우리가 가장 신경 쓴 것은 ‘성찬 안의 일치’였다. 주교님은 영어로 미사를 주례하기 위해 미리 연습을 하셨고, 비영어권인 베트남, 동티모르 공동체를 위해 전례문과 강론을 번역해 화면에 띄우고, 보편지향기도는 영어, 베트남어, 프랑스어, 한국어로 다양하게 진행했다. 그렇게 해도 여전히 언어 장벽을 느낄 수밖에 없긴 했지만, 미사 후 선주민 신자에게서 “낯선 곳에서 낯선 언어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답답하고 어려울 것인가 헤아려 볼 수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미사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는 어려움이 없어 깜짝 놀라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가 주님의 식탁에 함께 모인 존재임을 느꼈으면 했던 우리의 의도가 성공한 듯했다. 미사 후에는 먹을거리 장터가 마련돼 성당 마당에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했다. 부스마다 이주민 공동체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음식들이 준비돼 있었다. 선주민을 배려해 강한 향신료는 배제하고 음식을 준비했던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덕분에 어르신들도 음식을 맛있게 드실 수 있었다. 이주민, 선주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한자리에 둘러앉아 식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식구''(食口)라는 말의 의미가 오감으로 느껴졌다. 이렇게 화목한 식사 자리를 언제고 또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희망과 함께. 뒤돌아보니, ‘성찬의 식탁’과 ‘오찬의 식탁’이 함께한 엑소더스 축제였다. 주님을 중심으로 우리가 한몸을 이루고 있음을 성체와 음식을 통해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다. 이 ‘한몸됨’을, 이 ‘일치’를 우리가 늘 잊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좋아하는 생활성가의 한 소절이 떠오른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 부디 우리 모두, 함께 이 길을 걸어가길. 글 _ 이종원 바오로 신부(의정부교구 동두천본당 주임)
|
|
[가톨릭신문 2024-10-23 오전 9:32:19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