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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희망 된다면 기쁘게 봉사활동 이어가야죠” | 2024-1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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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거치며 끊이지 않는 분쟁, 사회의 양극화, 갈수록 어두워지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이지만,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그 희망을 나누며 살아간다. 그래서 교회는 2025년 희년을 ‘희망의 순례자’라는 표어 안에서 준비해 나간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 창간 17주년을 맞아 우리 ‘희망의 순례자’들의 희망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치매 어르신과 함께한 다큐로 희망을 나누는 김태은 군
“저의 작은 활동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희망이 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면서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한 발짝이라도 내딛으려고 노력한다면 그 누군가의 희망은 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태은(루치아노·18·수원교구 제1대리구 신봉동본당) 군은 지난여름, 용인외대부고 동아리 ‘몽실몽실’ 부원들과 함께 치매 환자 요양원에서 봉사를 진행, 그 과정을 영상에 담아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치매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지만 어둡거나 부정적인 느낌은 없다. 청소년들과 함께 소통하고, 밝게 웃는 어르신들의 모습, 그런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청소년들이 지니고 있던 치매에 대한 무관심과 오해, 편견을 깨나가는 모습이 담겼다. 김 군은 “봉사하기 전에는 치매를 앓는 분들은 소통도 잘 안되고 폭력적이시지 않을까하는 이미지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만나보니 많이 웃기도 하시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시는 그냥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셨다”고 말했다. 김 군과 ‘몽실몽실’ 부원들은 이런 마음을 다큐멘터리에 담아 전했다. 특히 9월 21일 화성 달빛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몽실몽실 봉사단: 치매 요양원으로 간 고등학생들, 그 한 달간의 여정>을 상영했다. 동탄복합문화센터 야외공연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이 김 군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치매 어르신을 바라보는 청소년들의 시선에 감동하고, 또 공감했다. 김 군은 “학생들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 하시는 분도 계시고, 한 어르신은 나중에 치매가 생겼을 때 이런 학생들이 있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며 “치매라는 주제가 예민할 수 있겠지만,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조금이나마 치매에 관해 긍정적인 관심을 가지고, 거기서 또 희망이 생길 수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안 그래도 다들 각자 삶 속에서 바쁘고, 남에게 도움의 손길을 줄 여유도 시간도 없는데, 우리마저 외면한다면 세상이 너무 차가워지지 않을까요?” 김 군이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치매 어르신을 위해서가 처음이 아니다. 중학생 때부터 스스로 봉사활동을 찾아 나선 김 군은 다문화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했었고, 지금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도 봉사하고 있다. 예전처럼 대입에 외부 봉사가 가산점이 되지도 않는 지금, 입시만으로도 바쁠 고3 시기에도 봉사를 이어가고, 봉사가 더 널리 퍼지도록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유를 묻자 김 군은 “예수님이 희망을 주는 존재라서”라고 답했다. “어린 시절 미국에서 잠시 생활할 때 현지 또래들의 차별과 따돌림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그 안에서도 나를 도와주는, 희망을 주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 봉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예수님이 제게 희망을 주시는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 절망의 끝에서 ‘희망 디자이너’로…제2인생 사는 유창옥 씨
“어렵고 힘들고 죽고 싶을 만큼 어려울 때, 절망의 문 뒤에는 또 다른 문이 반드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문은 바로 ‘희망의 문’입니다.” 유창옥(바오로·68·제2대리구 부곡동본당) 씨는 지난해부터 스스로를 ‘희망 디자이너’라 부르고 있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유 씨는 다양한 강의뿐 아니라, 지역 도서관과 함께 희망 인문학 강좌를 기획하고, 상담을 위한 마음건강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든 재산을 잃어버리고 알몸뚱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경제적 식물인간이 됐죠. 설악산이나 인천대교도 여러 번 찾아가서 장소를 보고 오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죽음에 문턱에서 희망의 끈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희망을 전하는 유 씨지만, 6년 전의 유 씨는 절망의 나락 끝에 서 있었다. 일본 쪽 수출이 수익의 80~90%를 차지하던 유 씨의 회사는 한일 무역분쟁으로 수출이 어려워지자 빠르게 기울어졌다. 은행 추심업체가 매일 집 문을 두드렸고, 수많은 등기가 집 앞에 쌓여나갔다. 결국 회사는 물론이고 전 재산을 다 잃고 말았다. 육십 평생을 성실히 살아왔다 자부했는데, 가족은 물론이고 제 몸조차 건사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자 몸도 마음도 황폐해졌다. 그래서 사망보험금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죽을 자리를 찾아다니기에 이르렀다. 유 씨는 “눈치를 챈 아내가 ‘돈을 잃은 건 용서할 수 있지만, 죽는 건 용서할 수 없다’고 절규하자 그때 마음을 돌리고 성지를 찾아 묵주기도를 바치기 시작했다”며 “그 기도의 힘이 제가 희망의 끈을 잡게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자본금 없이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찾던 중 ‘강사’가 눈에 들어왔다. 레크리에이션에서부터 시작해서 웃음치료, 웰다잉, 생명존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격을 취득해 복지관, 학교 등에서 강의를 해나갔다. 또 돈 버는 활동만이 아니라 절망 속에서 기도로 신앙을 깊이 성찰하면서 수원가톨릭대학교 하상신학원을 졸업, 선교사·교리교사 자격증을 따고 초등부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위해 성경 강의도 하고 있다. 무엇보다 강의를 하던 유 씨는 강의를 듣는 이들이 자신을 통해 ‘희망’을 발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강의를 통해 희망을 전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발견하길 바라면서 「희망 디자이너 유창옥」(208쪽/1만8000원/행복에너지)을 펴내기도 했다. 유 씨는 “제 책을 읽고 남편과 사별 후 우울증에 빠져 생활하시던 한 독자가 ‘매일 아침 감사하다는 말로 시작하면서 희망을 되찾았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며 “제 인생을 통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받을 수 있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만약 파산하지 않았다면 저는 그저 그런 신자였을 것이고, 이렇게 희망을 전하는 일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망하는 것, 실패하는 것도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 안에서 예수님과 더 가까워지고 희망의 문을 발견한 저처럼, 누구든지 주님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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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0-22 오후 5:32:10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