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태어나는 삶은 나의 판단으로 심판하는 것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심판하는 삶이 아니라 사랑하는 삶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새롭게 태어나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쁜 기억, 질투, 분노, 적개심, 부정적 생각, 악습과 같은 과거의 것에서부터 벗어나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지금도 부정적 생각, 불신, 좋지 못한 생각, 시기, 질투 등을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성령으로 새로 태어난다는 것은 이것을 깨끗이 털어 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령의 은총으로 우리는 미움이 아닌 사랑을 갖게 됩니다. 시기 질투가 아니라 감싸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다른 사람을 심판해서는 안 됩니다. 그 심판은 오직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습니다.
사회를 보면, 심판했던 사람들이 거꾸로 몇십 년이 지나지 않아 심판받고 심판대에 다시 서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다른 사람을 심판하지 말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용서와 관용으로 바라보고 그 외의 것은 모두 하느님께 맡겨야 합니다. 알량한 자존심을 앞세운 나의 판단은 나를 걸려 넘어지게 합니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겨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감히 누구를 판단하고 미워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주위에는 힘없고 가난한 이들이 많습니다. 자신만의 아집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 사람들을 따뜻하게 돌봐야 합니다. 예수님의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마음은 겸손하며 온유합니다. 화를 내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희생 때문에 새롭게 태어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2000년 전 유대인처럼 아직도 새로 태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회개를 위해 목숨을 바치셨습니다. 그분의 은혜를 갚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를 위해 우리는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날을 위해 우리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합니다. 이 깨어난 삶을 사는 것이 바로 복음화로 새롭게 태어나는 삶을 말합니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은 과거의 삶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이 시간이 내 것이라고 내 맘대로 허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이 시간은 하느님께서 주신 기회입니다. 과거의 것을 청산하고 새롭게 태어난 모습으로 하느님께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몇 년 전 허리 수술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이내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다 뼛속까지 염증이 생겨서 강의 중에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이 생겼습니다. 의사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가망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나는 생각했습니다. ‘다시 걸을 수 있을까?’ ‘다시 앉을 수 있을까?’ 그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의 기도 덕분에 저는 그나마 앉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저를 위해 미사와 밤샘 기도를 해 주신 많은 분들이 없었다면 저는 앉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앉을 수 있게 되자 이제는 서서 걷고 싶었습니다. 다시 일어나 걸을 수만 있다면, 예전처럼 하느님 말씀을 전할 수 있다면 죽을 힘을 다해서 복음화 일을 하겠다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저에게 기회를 주셨습니다. 다시 걸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후 나는 말 그대로 몸을 아끼지 않고 주님의 일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이 시간에 모든 죽을 힘을 다하자고 생각했습니다.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고 옆에서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몸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주님께서 언제까지 나를 쓰실지 모르는 일입니다. 주님께서 기회를 주셨을 때 일을 해야 합니다. 밤이 되면 일을 못합니다. 여러분과 저는 지금 밝은 대낮에 살고 있습니다. 주어진 그 시간 최선을 다하고 죽을 힘을 다해 주님께 봉헌해야 합니다. 혹시 여러분은 아직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밤은 곧 찾아옵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의 체험 이후 지금까지 죽을 힘을 다해 하느님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분이 저를 쓰시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글 _ 정치우 (안드레아, 복음화학교 설립자)
정치우는 ‘복음화’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1990년대 초, ‘세계 복음화 2000년’이라는 화두를 한국 교회에 던졌다. 가톨릭 평화방송 TV에 출연, ‘정치우의 TV 복음화학교’라는 제목으로 48개의 강의를 진행했으며, 가톨릭신문과 가톨릭평화신문에 연재를 하는 등, 저술 활동에도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길이 있어 걸어갑니다」, 「위대한 기적」, 「위기의 대안으로서의 평신도 영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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