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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레의 「한국천주교회사」 …서양 최초 한국학 저서 2024-10-16
한국교회사연구소 국제심포지엄
후 교수, 달레 신부 새롭게 조명
달레 신부 ‘서양 첫 한국학자’ 평가


달레 신부의 「한국천주교회사(Histoire de l''Église de Corée)」가 ‘서양 최초의 한국학 저서’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조한건 신부)가 12일 개최한 국제심포지엄 ‘달레의 「한국천주교회사」 간행 150주년과 그 의의’에서다.

한국교회사연구소는 올해 설립 60주년과 「한국천주교회사」 간행 150주년을 맞아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영성센터에서 심포지엄을 마련했다. 파리외방전교회 샤를르 달레(1829~1878) 신부가 1874년 쓴 「한국천주교회사」는 한국 가톨릭교회 통사를 프랑스어로 저술한 책이다. ‘서설(서론)’에서 한국 역사와 지리·정치·경제·사회 문화 전반을 소개해 한국학 서적으로도 여겨진다.
 
피에르 에마뉘엘 후 교수가 한국교회사연구소 설립 60주년 및 「한국천주교회사」 간행 15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발언하고 있다.


피에르 에마뉘엘 후(파리시테대학교)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조선이 중국과 일본보다 접근이 어려워 덜 알려져 있던 만큼, 「한국천주교회사」는 프랑스를 비롯한 서양 학계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며 “많은 학자가 중요한 한국학 저서로 인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천주교회사」는 서양 첫 한국학 저서, 달레 신부는 최초의 한국학자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천주교회사」는 1874년 유럽에서 출간된 조선 관련 서적 중 유일하게 ‘인기 도서’가 됐다”며 “여러 잡지가 경쟁적으로 서평을 실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후 교수는 “「한국천주교회사」는 파리외방전교회가 역사를 기록하는 시작점이 됐다”며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이 지은 수많은 저서 중 최고(最古)이자 최고(最高)”라고 평가했다. 당시 파리외방전교회가 선교하던 모든 대목구를 통틀어 첫 통사이기 때문이다. 다른 선교지는 20~30년 뒤 편찬을 시작했으며, 「파리외방전교회 통사」도 1876년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천주교회사」는 1875년 러시아어를 필두로 일본어·중국어·한국어·영어 등 여러 언어로 번역됐다. 가장 최근인 올해는 안선재(떼제 공동체) 수사가 영어로 번역했다. 후 교수는 “현대 이전 교회사 관련 서적 중 이렇게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사례는 「한국천주교회사」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다만 의도는 저마다 달랐다. 조현범(토마스)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한국천주교회사」 ‘서설’은 당시 한반도 진출을 노리던 일본과 러시아에 의해 조선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자료로도 쓰였다”고 밝혔다. 이세훈(토마스 아퀴나스) 한국교회사연구소 특임연구원도 “1876년 일본어로 번역된 ‘서설’은 달레 신부의 의도와 달리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조선에 대한 차별과 편견 생성·군사정벌·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천주교회사」가 오늘날 신자와 비신자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 한국교회사연구소 고문 조광(이냐시오,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개항 이전 19세기의 역사적 상황과 일상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사연구소는 올해 안에 가독성을 높인 「한국천주교회사」 개정판 상권을 펴낼 예정이다. 교구 총대리 겸 교회사연구소 이사장 구요비 주교는 이날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청년에게 「한국천주교회사」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앞서 1979~1980년 초대 소장 고 최석우 몬시뇰과 불문학자 고 안응렬 교수 역주로 첫 한국어 번역본을 간행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염수정 추기경도 참여했다.

1964년 8월 17일 가톨릭대학교 부설기관으로 설립된 한국교회사연구소는 60년간 한국 교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설립 60주년 및 「한국천주교회사」 간행 15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4-10-16 오전 10:52:07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