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이 살아야 한다” “늘 바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강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맞는 말이지요. 그러나 사람의 정신은 그렇게 살도록 되어있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는 집을 지을 때 내진설계를 한다고 하는데, 기본원리는 약간 흔들리게, 약간 빈틈이 있게 짓는다고 합니다. 그래야 지진으로 흔들릴 때 무너지지 않고 버틴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흔히 한 점 흐트러짐 없는 사람들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만, 생활이나 감정이 칼 같은 사람들은 사람의 냄새가 나질 않습니다. 이것은 신앙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엄격한 수도자처럼 모든 것을 절제하고 사는 사람들. 보기는 좋으나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피로감이 더 먼저 옵니다. 사람은 정신적으로 한두 가지 문제는 누구나 가지고 삽니다. 이것은 우리가 완벽한 존재가 될 수 없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은 약간 흐트러졌을 때 사람다운 모습이 보입니다. 개그맨들처럼 사람들이 스스로 망가진 자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로 사람 냄새를 피우기 위한 것입니다. 이런 유연함이 소통과 대화에 도움이 되고, 성장에도 필요한 것입니다.
정신의학에서는 정상적인 사람이란 자신 안의 비정상적인 부분을 인정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심리치료에서도 사람은 자기 문제를 보는 사람과 남의 문제를 보는 사람의 두 부류라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아가 허약한 사람들은 자기문제를 보지 못하고 이런저런 방어기제로 허약한 자아를 둘러싸려고 합니다.
이것을 ‘성격갑옷’(Character Armor)이라고 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까칠하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런데 갑옷은 천근 같이 무겁습니다. 그리고 속으로는 누군가 다정하게 내 약한 자아를 감싸주면서 성장하도록 도와주었으면 하고 소망합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포용적 환경이 필요합니다.
약한 자아가 상처받지 않고 안전하게 자라도록, 성격갑옷도 벗기고 ‘진짜 나’의 자유를 다시 찾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상담과 종교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글 _ 홍성남 신부 (마태오, 서울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1987년 사제 수품. KBS 아침마당 특강 ‘화날 땐 화내고, 슬플 땐 울어야 한다’로 전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저서로 「챙기고 사세요」 「화나면 화내고 힘들 땐 쉬어」 「새장 밖으로」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