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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축제의 그림자 (오현화 안젤라,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 2024-1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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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성큼 들어서자 전국 곳곳에서 축제가 한창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올린 축제 달력을 보면 특히 10월에 축제가 많다. 12일엔 무려 136개의 축제가 등록되어 있다. 발길이 향하도록 지방자치단체마다 특별히 신경 써서 축제를 준비한다. 시민들이 좋아할 만한 볼거리·먹거리·즐길 거리를 배치한다. 유명 가수나 체험활동·풍성한 꽃밭·화려한 조명이나 불꽃놀이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모든 축제가 즐거움과 벅찬 추억만을 남기지는 않는다. 9월 28일~10월 6일 충남 공주와 부여에서는 백제문화제가 열렸다. 공주시는 문화제 기간 동안 황포돛배와 유등을 강에 띄우기 위해 공주보 수문을 닫을 것을 환경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축제 전 폭우가 내렸고, 이 때문에 유등과 배다리·황포돛배 일부가 떠내려가고 ‘백제문화이음길’ 산책로 일부도 물에 잠겼다. 수문을 닫으니 고마나루 모래사장은 뻘이 돼버렸다. 주최 측은 예산 삭감을 이유로 ‘무동력 친환경’ 퍼레이드를 기획했지만, 졸속으로 진행해 질타를 받았다. 돈은 돈대로 쓰고, 환경은 파괴되고. 정작 예산을 써야 할 곳은 실망을 남겼다. 공주보는 2012년 준공됐다. 백제문화제가 올해로 70회인 것을 생각해보면, 보 없이도 백제문화제를 잘 개최해왔음을 알 수 있다. 공주시와 환경단체는 2019년부터 보를 개방한 상태로 문화제를 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막상 문화제 기간 공주시는 이를 묵살했다. 올해 1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해 ‘성공한 축제’로 평가하는 백제문화제 이면에 약속을 어겨 무리하게 수문을 닫고 예산을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한 사실은 드러나지 않는다. 10월 5일엔 서울 한강공원 일대에서 불꽃축제가 있었다. 정식 명칭은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다. 화려한 불꽃을 잘 볼 수 있는 명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찍부터 사람들이 붐볐다. 한화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행사에 100억 원을 투자해 크고 화려한 불꽃을 쏘아 올리며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시민이 아름다운 불꽃을 통해 위로받고 희망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과연 ‘역대급’으로 예쁜 불꽃을 보며 누군가는 ‘인생샷’을 건졌으리라.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추억을 쌓은 가족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환호하는 폭죽과 불꽃으로 인해 반려동물뿐 아니라 야생동물도 고통받는다. 이동하는 철새들과 한강에 서식하는 동물들은 난데 없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형형색색의 불꽃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금속염이 타면서 에어로졸이 발생하고, 폭죽이 터지면서는 각종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불꽃놀이 잔해는 한강으로 떨어져 수질오염을 일으킨다. ‘그래 봤자 1년에 한 번 있는 행사인데 이 정도 즐거움은 허락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축제니까. 있으면 좋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이런 불편한 사실들을 알고도 외면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불꽃놀이에 대한 규제가 시행 중이다. 폭죽과 불꽃을 다량으로 터트리는 중국의 새해행사나 미국의 독립기념일에도 무분별한 불꽃놀이를 지양한다. 에콰도르에서는 지난 새해에 갈라파고스 제도 산타크루즈 섬에서 불꽃놀이를 한 지자체와 담당자를 징계했다. ‘어쩌다 한 번 있는 행사’라는 이름으로 마냥 손 놓고 있을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축제를 위해서’라는 이름으로 환경을 훼손하는 것을 눈감고 있기에 우리의 지난여름은 너무 뜨겁지 않았나 돌아본다. 이제는 불꽃이 아니더라도 ‘위로받고 희망을 받을 수 있는’ 다른 수단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오현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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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0-16 오전 7:52:04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