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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주일 특집] 우리는 평신도 선교사 | 2024-1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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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주일은 신자들이 세례를 통해 본연의 사명으로 받은 선교에 대한 의식을 새롭게 한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라’고 하신 예수님 말씀을 따라 기쁜 소식을 전하는 평신도 선교사들의 삶을 소개한다. ■ 수원교구 직암선교후원회 정원준 선교사 어려운 지역 후원할 수 있도록 한국과 해외선교지 교류 연결 “초심 잃지 않도록 매일 기도” 수원교구 직암선교후원회 평신도 선교사 정원준(미카엘) 씨는 2015년 12월 25일 캄보디아 작은 시골 마을 스퉁트렝에서 보낸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잊지 못한다. 그날은 평생 지낸 크리스마스 밤 중에서 가장 아름답게 기억 속에서 빛난다. 초롱초롱한 눈빛의 마을 어린이들과 지내며 처음으로 아기 예수님이 정말 초라한 마구간에 오셨다는 것을 진정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이는 동시에 평신도 선교사로서의 부르심을 일깨운 계기였다. 다음 해 폴란드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는 그를 평신도 선교사의 삶 속으로 한 걸음 더 깊숙이 내딛게 했다. ‘내가 머무는 자리에서 몸과 마음을 봉헌하는, 즉 독신의 삶을 사는 선교사''로 살 것을 결심한 것이다. “누구도 저에게 평신도 선교사로 살라고 권유하지는 않았고, 당시 직암선교후원회가 다른 공동체처럼 입회해서 함께 살아가는 환경이 아니었음에도 ‘하느님께서 저와 늘 함께해 주시고 계신다’는 믿음이 평신도 선교사로 살도록 이끌었습니다.” 2007년 3월 1일 설립된 직암선교후원회(이하 직암회)는 평신도들이 스스로 선교하여 창립한 한국 순교자들의 영성을 공부하고 기도하며 해외선교 활동을 후원한다.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132위 순교자들의 시복을 기원하며 아시아 선교지와 자매결연을 하고 지속적인 도움 활동도 전개한다.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의 협력 단체이기도 하다. 그는 직암회 선교부장 일을 맡으며 해외선교 지역을 찾아 우리나라 각 지역 직암회와 교류하도록 연결해 주고 있다. 또 국내 이주민과 소외된 이웃을 후원하도록 이어주는 고리 역할을 한다. 직암회에서는 현재 해외 80여 개 지역을 지원 중이다. “하느님께서는 정말 보잘것없는 저를 통해서도 늘 무언가를 당신 사랑으로 계획하신다는 것을 경험하게 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 정 선교사는 “특히 해외선교지를 찾아 국내 지역 직암회가 후원과 기도를 할 수 있도록 매개체 몫을 한다는 자체가 기적”이라고 했다. “내전과 테러, 가난한 환경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선교지 주민들이 ‘직암회의 기도가 큰 힘이 된다’고 말해 줄 때는 감동하게 된다”고도 들려줬다. 정 선교사는 “평신도 선교사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그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평신도 선교사라는 삶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한국교회 상황에서, “어떠한 역할을 찾기도 쉽지 않지만 역할이 주어진다고 해도 자칫 의미가 퇴색할 조건으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평신도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뒤부터는 그 삶이 힘들게 다가올 때는 있었지만 포기하고 싶을 때는 없었다”는 그는 “매일 아침과 저녁 그리고 밤에 성호경을 하면서 주님께 기도드리고, 감실 앞에서 대화하는 일상이 많은 위로와 용기를 주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전교 주일을 맞는 소감은 어떨까. “전교 주일은 처음 평신도 선교사로서의 부르심을 느낀 순간을 기억하는 날로 여겨집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가 나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듯이 나도 누군가를 위해 매일 기도할 수 있다면 은총의 삶은 지금 이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다짐을 모두가 해보는 날이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처음 가졌던 평신도 선교사의 꿈을 잊지 않고 봉헌하는 삶을 이어가도록 매일 그분께 매달리고 청하며 응답하고 싶다”고 선교사로서의 바람을 전했다. ■ 골룸반회 김정웅·이지영 부부 선교사 대만의 소외된 이들 섬기며 그들과 하나 된 삶 살려 노력 “해외선교는 고국을 떠나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가난한 이들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죠. ‘나’를 버리고 헌신하는 길에 서로 격려하는 반려자가 있었기에 열정도 더욱 뜨겁게 타올랐던 것 같아요.” 대만에서 2007년부터 18년간 함께 선교를 펼친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이하 골롬반) 김정웅(요한 보스코)·이지영(크리스티나) 부부 평신도 선교사는 이렇듯 “부르심에 응답하도록 서로 부족함을 채워주는 ‘동지’로서 의지하며 긴 시간 선교 사명을 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나’라는 틀을 깨고 바다 건너 가난한 이들이 있는 선교지로 나가고, 문화도 환경도 다른 그곳 사람들과 하나가 되는 노력에서 서로가 버팀목과 같았다”고 고백했다. 왜 ‘선진국’인 대만에서 선교하게 됐을까. 풍요의 이면에 그림자처럼 드리운 ‘핍박’과 ‘소외’라는 또 다른 가난에 놓인 이들을 섬기기 위해서였다. 부부는 HIV 감염인 쉼터, 보육원, 발달장애인 센터에서 함께 활동했다. 스스로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HIV 감염인 부모들과 협조해 쉼터를 꾸리고, 감염된 채 태어난 아이들과 비감염 아이들을 돌봤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국내 입양이 저조한 대만이기에 보육원에서는 신생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아이들에게 엄마·아빠 역할을 다했다. 뭐든 스스로 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들이 혼자서도 일상생활에 익숙해지도록 보조 교사 역할에도 진심이 됐다. 호텔 지배인이었던 김 씨와 간호사였던 이 씨 모두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당신 사랑을 전하는 것만큼 보람찬 건 없었다”며 선교사가 됐지만 긴 시간 타지에서 헌신하며 역경도 겪었다. 상처 때문에 경계심 높고 방어적인, 가난한 이들 내면의 가난을 마주하면서였다. “‘발달장애인 아이를 낳고 평생을 같이하는 아픔에 대해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라며 밀어내던 부모님도 있었죠. 대만 사람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같은 언어를 쓰고, 문화까지 그대로 수용해도 가난 한복판을 살아가는 그들 안에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건 또 다른 일이었어요.”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심어준 ‘믿음’(相信)이라는 소중한 가치는 두 선교사의 가슴을 뛰게 했다. 한 발달장애인 센터 교사는 김 씨를 통해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이란 저런 것이구나’ 하고 깨달아 스스로 천주교 세례를 받았다. “나는 언니를 믿어요, 언니가 예수님을 믿는 것처럼요.”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한 적이 없던 아이는 이 씨에게 이렇게 고백하며 원주민 인형 열쇠고리를 불쑥 안겨줬다. 이렇듯 두 사람은 “서서히 선교사로 만들어졌다”고 고백했다. “주님께 온전히 의탁하는 ‘비워진 마음’이 어느 틈에 자라나 있었죠.” 두 선교사는 지난해 10월 한국으로 발령받아 새로운 소임을 실천하고 또 꿈꾸고 있다. 이 씨는 골롬반 한국지부 행정 코디네이터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건강 회복 후 선교 복귀를 앞둔 김 씨는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하며 독거노인, 은둔형 외톨이, 고독사 예방, 무료 급식소를 포함한 빈민 사목에 투신할 꿈을 꾸고 있다. “저희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선교하고 싶어요. 저희가 가고 싶은 곳을 주님께 청하는 기도는 이제는 하고 싶지 않아요. ‘저희가 여기 있습니다, 주님. 어디로 갈까요?''"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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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0-15 오후 5:32:16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