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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 Q&A③] 유족들이 사형을 바란다고요? | 2024-1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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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가 남아있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와 공동기획으로 사형제도에 대한 Q&A를 10회에 걸쳐 연재, 그리스도인답게 세상을 보는 시각을 톺아봅니다. Q3. 사형제도 폐지는 흉악범만을 생각하고 범죄로 돌아가신 피해자의 가족들은 생각하지 않는 거 아닌가요? 유가족들은 범인이 사형 집행되기를 바랄 것 같아요. 너무 흉악범 인권만 생각하는 것 아닌가요? A.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는 사형제 폐지 운동과 함께 범죄 피해자 가족을 위한 경제적, 심리적 지원은 물론 정기 모임 등을 통해 치유를 돕고 있습니다. ‘비온 뒤 맑게 갠 하늘’을 뜻하는 순 우리말 ‘해밀’은 매월 1회 자조모임을 마련해 서로의 상처를 돌봐주고 있습니다. 특히 해밀은 연쇄살인범 유영철에게 팔순 노모, 육순의 처, 그리고 3대 독자인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고 루치아노 씨와도 인연이 있습니다. 고 루치아노 씨는 유형철이 사형당하지 않도록 탄원서를 내 세상을 놀라게 하신 분이기도 합니다. 고 루치아노 씨는 탄원서를 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우리 가족을 죽였는가, 왜? 둔기로 머리를 쳐서 어머니는 눈이 빠져나오고, 아내는 아침에 먹은 해장국이 전부 토해져 있었어요. 범인을 잡아서 찢어 죽이고 싶었는데… 막상 범인이 잡히고 나니까 저도 알 수 없는 마음의 변화가 일었어요. 가족의 죽음을 똑같은 죽음으로 되갚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인가 의문이 들었어요.… 다른 분들, 그로부터 피해를 보신 가족들이 나를 보면 저 정신 나간 또라이 같은 짓을 한다고, 왜 자기 부모, 처자 죽인 놈을 용서하느냐고 책망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어쩔 겁니까. 길이 서로 달라 그렇겠거니 하고 기다릴 수밖에요.” 15년 가까이 교정 사목에 힘썼던 이영우(토마스) 신부가 해밀을 만들었습니다. 이 신부의 노력 덕분에 국내 최초로 교도소에서 사형수와 피해자 가족들의 만남이 성사되기도 했습니다. 이 신부는 이 과정에서 “사형이 모든 유족에게 근본적 해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고통받는 유족이 있다면, 섣불리 ‘가장 센 형벌’을 제시하기 전에 해결책부터 찾아야 한다는 것이죠. 이 신부는 “울면 운다고 웃으면 웃는다고 욕먹는 게 유족들의 삶”이라며 “남은 가족마저 해체되고 꽁꽁 숨어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은 외면하면서, 사형만이 유족들을 위하는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다뤄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범죄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온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모든 유가족들이 범죄자가 사형되길 바라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읍니다. 사형이 집행된다고 해서 죽은 자녀가 다시 살아오는 것이 아닌데, 그렇게 희생자와 유가족을 또 만드는 게 옳은 일은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유가족도 계십니다. 저지른 벌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과 똑같은 행위로 돌려주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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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0-15 오후 4:32:15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