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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동티모르 선교 방문기(2) 2024-10-08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루카 4,43)


출발하기 전 여러 차례의 사전 준비 모임을 하며 처음 만나는 회원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작은 불편이나 갈등은 “선을 행하려고 할 때에는 진통이 따르기 마련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성숙하게 될 것이니 희망을 간직하기를 바랍니다”라는 지도 신부님의 응원과, 매일 묵주기도와 일상 기도를 바치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습니다.


짧은 여정이긴 해도 단순한 방문이 아닌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다는 뜻을 동티모르 한국 순교 복자 성직 수도회 김민조(하상 바오로) 신부님께 알렸더니, 어려운 공소 신자 100명에게 25kg의 쌀을 제공하고, 폭우로 무너진 고등학교 축대를 쌓고 있는 인부 90명에게 한국 음식 한 끼를 해주고, 빌로코 데레사 중학생 100명에게 학용품을 선물해 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딜리까지는 직항이 없는 관계로 7~8시간 비행해서 발리에서 하루 묵은 다음, 다음날 3시간 비행해서, 드디어 8월 21일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님의 탄생일이자, 성 비오 10세 교황 축일에 딜리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높은 상공에서 창밖을 보며, 우주를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당신의 모습대로 창조한 이래 수많은 시간이 흘러 현재의 내가 존재하고 있는데 나는 온갖 죄로 하느님과 멀어져 살고 있지는 않은지, 상념에 빠져 있는데 어느새 비행기는 공항에 착륙합니다.


동티모르의 수도인 딜리는 신호등도 없는 우리나라의 작은 읍내 모습이었습니다. 산은 나무가 거의 없어 바닥이 빨갛게 드러난 풍경은 꼭 북한의 모습인 듯 보였습니다. 땔감이 없어 나무를 베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마중 나온 신부님들은 동티모르의 관습대로 영대 같은 어깨띠 ‘타이스’(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 등재)를 걸어 주시며 한 사람 한 사람 환영해 주심에 몸 둘 바를 몰랐지요.


딜리 시내로부터 20km 떨어진 1300m 고도의 산 위의 마을 리퀴도이로 향하는 비포장도로는 너무도 험난했습니다. 자동차 천장에 머리를 몇 번이나 부딪치며 2시간여 만에 리퀴도이 성당을 지나 우리가 머물 여학생 기숙사에 도착하였습니다. 맑은 밤하늘에 둥근 달님과 총총히 빛을 내고 있는 별님들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학생들의 노랫소리가 우릴 반겨줬습니다.


숙소에 짐을 푼 후 우리는 다음날 학교 축대 복구공사를 하는 일꾼들에게 대접할 90인분의 식사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메뉴는 돼지고기볶음과 닭찜, 소시지, 떡볶이였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잘 손질된 재료들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기숙사 주방은 한쪽에서 물을 쓰면 다른 한쪽에서는 물이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밤늦도록 식사 준비를 마친 후 저희를 이곳으로 이끄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꿀잠을 잤습니다.



글 _ 정옥금 클라라(직암선교후원회 봉사자)

[가톨릭신문 2024-10-08 오후 1:12:13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