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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대한 생각 | 2024-1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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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생각을 만든다. 생각은 외부의 자극에 대한 내면의 반응이다. 생각에는 종류가 아주 많다. 생각이란 뜻을 가진 한자가 여러 개인 데서 알 수 있다. 사(思)는 곰곰이 따져보는 생각이다. 인간은 사유(思惟)하고 사변(思辨)하는 존재다. 상(想)은 퍼뜩 떠오른 생각이다. 발상(發想)과 연상(聯想) 같은 단어가 그렇다. 념(念)은 콕 박혀 떠나지 않는 생각이다. 염두(念頭)에 두라거나 괘념(掛念)치 말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다. 려(慮)는 짓눌러 헤어나기 힘든 생각이다. 염려(念慮)와 고려(考慮)가 그것이다. 떠오른 생각이 콕 박혀 나가지 않으면 상념(想念)이고, 곰곰한 생각이 깊이를 머금을 때 우리는 사려(思慮)가 깊다고 말한다. “넌 생각이 너무 많아!”는 상념이 많다는 얘기다. “생각 좀 하고 살아라!” 할 때는 사려 깊게 행동하라는 뜻이다. 사람이 사려는 깊어야 하지만 염려가 깊으면 못 쓴다. 불교에서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수행을 강조하는 것은 쓸데없는 상념이 마음에 독이 되는 줄 알아서이다. 지혜는 상념이 아닌 사려와 사유에서 나온다. 상념은 사람을 자꾸 길 잃고 헤매게 만들어도, 사려는 깊을수록 밝고 환해진다. 사람의 경쟁력은 어떤 종류의 생각을 많이 하고, 어떻게 관리하느냐에서 나온다. 정조 때 노긍이란 사람이 있었다. 글을 워낙 잘 써서 과거 시험만 보면 합격했다. 그래봤자 지체가 낮아 벼슬을 못 살았다. 그는 분노해서 다른 사람 답안지를 대필해 주는 일로 생계를 이어가다가 적발되어 평안도 위원 땅으로 귀양 갔다. 유배지에서 두고 온 가족의 막막한 생계와 고단한 처지를 생각하면 밤중에 잠이 올 리 없었다. 하룻밤에도 온갖 상념들이 떠오르다 지워졌다. 새벽이 가까워지면 생각은 괴물처럼 커져서 자신의 영혼마저 집어삼킬 듯했다.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그는 밤마다 자신을 괴롭히는 쓸데없는 생각과, 반대로 간절하게 소망하는 생각의 목록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떠다니는 생각을 풀이한 「상해」(想解)란 글을 남겼다. 이 글 속의 생각들은 그의 영혼을 침식시키는 독이었고, 한편으로 절망 속에 ‘언젠가’를 꿈꾸게 해 준 약이기도 했다. 허균은 「연념잠」(煉念箴)이란 글을 지었다. 머릿속에 콕 박혀 안 나가는 생각을 어떻게 단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고를 담았다. 마음은 본래 텅 비어 맑은데 잡생각이 끼어들면서 흐려진다. 사람은 제멋대로 날뛰는 생각을 잘 간수해서 고요함으로 안정시키되 정성스럽게 보살펴야 한다고 썼다. 잡념을 제거하는 것이 마음공부의 관건이라고 보았다. 묵상(默想)과 명상(瞑想)은 침묵 속에 눈을 감고 수없이 많은 생각을 차례로 떠올려 점검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생각 자체를 침묵시키고 잠재우는[瞑] 일이기도 하다. 관상(觀想)은 생각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살펴보는 일이면서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 가며 떠올려보아 점검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수많은 생각 속에 살아간다. 그 생각이 종류와 성질도 각기 다르니, 관리가 필요하다. 생각이 통제를 벗어나면 정신 나간 사람이 되고, 내가 생각의 주인이 되면 정신 차린 사람이 된다.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인가? 내 생각은 잘 관리되고 있는가, 아무 데나 둥둥 떠다니는가? 글 _ 정민 베르나르도(한양대 국문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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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0-08 오후 1:12:13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