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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와 가을 | 2024-1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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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수녀원으로 전화 한 통이 왔다. 아주 불쾌한 목소리로 수녀원 마당에 심어진 은행나무 때문에 냄새가 심하고 나뭇잎이 많이 떨어져 불편하니 나무를 잘라 달라는 요청이었다. 순간 너무 당황했다. 나무를 자르라는 요구에 그들의 불편함을 생각하기 보다는 자연을 너무 왜곡해서 보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만이 먼저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무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아름다운 가을 은행나무의 듀얼리즘이다. 오래전 수녀원 뜰 담 주변으로 처음 심은 나무가 은행나무였다. 그 후 15년이 지나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정원에 떨어진 은행을 주어 그것을 씻을 때는 심한 냄새가 풍기니 코를 틀어쥐고 악취에 대한 불평을 했었다. 하지만 예쁘게 씻긴 은행을 나누는 기쁨도 컸다. 이것을 맛있게 구어 먹을 때는 이 귀한 것을 거저먹을 수 있다는 것에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그런데 긴 시간이 흘러 주변의 이웃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나무가 됐다. 결국 수녀원 공사가 있었던 참에 모든 은행나무를 잘라버렸다. 계절의 온도를 이겨내고 가을을 뽐내려는 노란 잎 은행나무가 거리마다 가득하다. 은행나무는 화사한 노란색으로 가을의 낭만을 즐기게 해 주지만 나무가 품고 있는 노란 열매 은행은 밟으면 악취를 풍기며 고약함을 드러낸다. 주로 길가에 떨어져 그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어찌 됐든 여러모로 불편함을 주니 의도치 않은 만인의 적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몸에 좋다고 알려진 이 열매를 구입하려면 비싼 값을 내야 하니 공짜로 먹을 수 있는 길가에 떨어진 것을 주우려 위험을 감수하고 은행을 줍는 분들을 종종 볼 수 있는 가을의 한 풍경도 있다. 그런데 길에서 주운 은행을 먹어도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시간이 흐를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와 차량들이 뿜어내는 공해 속에서 자란 도심 속 가로수에서 떨어진 은행을 주어 그냥 먹어도 되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찾아보니 서울 시내 가로수에 떨어진 은행은 먹어도 건강에 이상은 없지만 식약처는 “위생 절차를 거쳐 정해진 양을 익혀서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 알맹이는 겉·속껍질 보호를 받아 오염물질이 닿지 않는다”며 “토양오염도 은행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헤럴드경제) 그래도 가로수의 특성상 오염 가능성을 생각하여야 하고 정해진 양과 꼭 익혀서 먹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또한 은행을 줍기 위해 도로로 뛰어들어 운전자와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모한 도전은 멈춰야겠다. 요즈음은 가로수로 식재된 은행나무에 열매 수집망, 마치 거꾸로 펼쳐진 우산 같은 모습의 신박한 은행 받이 그물망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그물망을 쳐서 떨어지는 은행을 한 곳으로 모으는 깨끗한 거리 만들기에 노력한 모습에 기분이 좋았다. 떨어지는 은행을 모으고, 냄새도 방지하여 가을철 은행나무 열매로 인해 발생하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겠다. 이는 위험을 무릅쓰고 열매를 주우려는 분들의 위험을 방지하여 마음 편하게 가을을 즐길 수 있겠다. 이것이 가을이다. 거리를 노랗게 물들인 아름다운 모습도 거리를 걸으며 킁킁거리며 냄새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가을의 풍경이다. 잠시의 불편함을 못 이겨서 수목 교체 작업을 한다면 노란색으로 물들이는 아름다운 가을의 모습을 영영 볼 수 없고 몸에 좋다는 그 열매 은행을 더 이상 먹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름답지만 냄새가 나는 이 가을의 풍경을 어찌하면 좋을지 모든 지자체의 고민이 깊어지겠다. 가을이 절정일 때 노랗게 물들어 잎새는 아름다워도 시민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이 많은 만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통한 또 다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글 _ 강성숙 레지나 수녀(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 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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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0-08 오후 1:12:13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