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News

  • 전례성사
  • 가톨릭성미술
  • 가톨릭성인
  • 성당/성지
  • 일반갤러리
  • gallery1898

알림

0

  • 가톨릭뉴스
  • 전체 2건

[성경 속 기도 이야기] 죽게 해달라는 이들의 기도를 찬양으로 바꾸시는 하느님(토빗 3,16;3,11-15;13,1-14,1) 2024-10-08

20번 정도 기도를 언급하는 토빗기에 따르면 기도는 하느님 찬미와 찬양(4,19;12,6.7.17.20), 건강과 안전의 청원(5,17), 보살핌과 축복의 청원(7,11;9,6), 후손의 기원(10,11), 부모 공경의 청원(10,13), 자비와 평화의 기원(7,11), 하느님 찬양의 권고(12,6), 조신함과 성공의 청원(4,19), 자비와 구원의 청원(8,4) 등 다양한 내용을 담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토빗기는 죽고 싶다는 이의 기도도 들려줍니다.


토빗은 고지식하다고 싶을 정도로 외곬으로 신앙생활을 합니다. 이미 고향에 살 때도 집안 사람들과 달리 예루살렘에 올라가 예물을 드렸고, 이방인들 사이에 포로로 살면서도 까다로운 음식 규정을 지키고 동족에게 큰 자선을 베풀고, 그 때문에 재산을 몰수당하는 지경에 이릅니다.(1,6-20) 축젯날 주검에 닿아 부정하게 된 상황에서(민수 9,10;19,11) 하필 성결법을 지키고자 방이 아니라 담 옆에서 잠을 자다가 눈이 멀었습니다. 그의 고집스러운 신앙생활은 이웃은 물론이고 부인조차 불편하게 한 듯싶습니다.(2,14) 아내를 의심하고 그와 다툰 뒤 토빗은 자기 연민에 쌓여 죽기를 청합니다. “이제 당신께서 … 명령을 내리시어 제 목숨을 앗아 가게 하소서. 그리하여 제가 이 땅에서 벗어나 흙이 되게 하소서. 저에게는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낫습니다. 제가 당치 않은 모욕의 말을 들어야 하고 슬픔이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 살아서 많은 곤궁을 겪고 모욕의 말을 듣는 것보다 죽는 것이 저에게는 더 낫습니다.”(3,6)



한순간에 눈이 멀어버린 토빗과
남편을 일곱이나 잃게 된 사라
절망 속에서도 목숨 거둬주시길 기도


진실한 기도 하느님께 다다르자
두 사람 고쳐 주도록 라파엘 파견돼
모든 문제 해결되면서 하느님 찬양



일곱 남자와 결혼했지만, 신랑과 잠자리에 들기도 전에 모든 남편을 잃은 사라는 이웃의 흉흉한 입담과 자기 신세 한탄으로 히스테리가 극에 달했을 부잣집 딸입니다. 그녀로부터 매 맞은 여종들이 차라리 죽어 버리라고 모욕하자 사라는 목을 매 죽으려고 하다가, 그 때문에 남아계실 아버지가 받을 수모를 생각하여 하느님께 죽음을 청합니다. “분부를 내리시어 제가 이 땅에서 벗어나 다시는 모욕하는 말을 듣지 않게 하소서. … 아버지에게는 저를 아내로 맞아들일 가까운 친족도 일가붙이도 없습니다. 저는 이미 남편을 일곱이나 잃었습니다. 제가 더 살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주님, 제 목숨을 거두는 것이 당신의 뜻이 아니라면 저를 모욕하는 저 말이라도 들어 보소서.”(3,13-15)


둘 다 외로움의 낭떠러지에서 죽고 싶은 생각으로부터 올려진 절망적인 기도이지만 이는 하느님 앞에 다다르고 마치 극의 한 장면처럼 라파엘이 파견됩니다.(3,16-17) 모든 문제가 해결된 뒤 토빗은 하느님을 찬양하며 이 책의 절정을 기도로 장식합니다. “그분께서 영원히 우리의 아버지시며 우리의 하느님이시다. … 내 후손 가운데 예루살렘의 영광을 보고 하늘의 임금님을 찬양할 수 있다면 나 얼마나 행복하리오? … 복을 받은 이들은 거룩한 그 이름을 영원토록 찬미하리라.”(13,4.16.18) 그의 시선은 포로 생활과 나그네살이라는 현실에 갇히지 않고 미래를 향하며 시간을 뛰어넘어 영원에 이릅니다.


재산이 많은 토비야 이야기는 나그네살이를 하면서도 재산을 많이 모으는 유다인들의 전형을 보여 주는 듯 하지만 토빗, 토비야, 사라, 라구엘, 라파엘 등 앞 세대와 뒷세대, 남녀 모두가 기도하는 모습이 특히 눈에 띕니다. “진실한 기도와 의로운 자선은 부정한 재물보다 낫다.”(12,8;14,8-9)는 말씀은 기도하는 이로 하여금 선행을 잊지 않게, 재산을 지닌 이로 하여금 자선을 잊지 않게 도와줍니다. 기도의 힘이 부족하다고 생각될 때, “너희의 기도를 영광스러운 주님 앞으로 전해 드린 이가 바로 나다”(12,12)는 라파엘 천사의 말씀 자체가 힘이 됩니다.



글 _ 신정훈 미카엘 신부(서울대교구 해외선교)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10-08 오후 1:12:12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