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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돕고 벅찬 감동 느끼면, 봉사 계속하게 되죠” | 2024-1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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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들이 영혼의 아픔을 치료하듯, 육신의 병을 치료하는 게 의료인의 소명이잖아요. 하느님께서 저를 그렇게 부르셨다는 또렷한 믿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돕지 못하는 사람들을 낫게 하는 일에 열정적이 된 것 같아요.” 무료병원 요셉의원 고영초(가시미로) 병원장은 저소득 주민, 노숙인, 이주노동자 등 의료 사각지대 환자들을 위해 지난 51년간 의료봉사를 계속해 온 공로로 제36회 아산상 의료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돼 11월 25일 수상을 앞두고 있다. 고 병원장은 신경외과 전문의로 근무하며 주말, 밤까지 틈나는 대로 의료봉사를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그간 돌본 의료 사각지대 환자만 해도 3만여 명이다. 반 백년을 넘는 시간 자신을 내던지듯 봉사에 임할 수 있었던 계기는 무엇일까. 혹자들은 특권처럼 휘두르는 의료인의 탤런트를 어떻게 오롯이 나눔에 바칠 수 있었을까. 고 병원장은 “내가 먼저 조건 없이 섬김받아 보지 않았다면 누군가를 기꺼이 섬기는 기쁨에 눈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꼬마 시절 시위대에 휩쓸려 낯선 곳에서 길을 잃었던 적이 있어요. 고립무원한 제게 한 낯선 분이 다가와 자기 하숙방에 데려가 씻겨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아침에 집에까지 데려다주셨죠. ‘수호천사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어요. 저도 꼭 어떤 모습이든 수호천사 같은 삶을 살겠다는 열망이 그때 움튼 것 같아요.” 고 병원장의 의료봉사는 1973년 의대 입학 당시 가톨릭학생회 활동으로 시작했던 봉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졸업 후에는 지난해 2월 대학병원 교수직에서 은퇴할 때까지 전진상의원, 라파엘클리닉, 요셉의원에서까지 정기적으로 봉사했다. “소신학교에 다니며 영을 치유하는 사제 성소를 키웠다”는 그의 고백대로, 버림받은 이들의 고통받는 영육을 어루만지고 싶은 진심은 의사의 길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가치였다. 대학병원 의사는 반나절 넘는 수술 등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마저 불사하고 긴 세월 투신했다면 황혼기에는 다른 삶을 꿈꿀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지난해 3월 요셉의원 병원장으로 취임해 유일한 상주 의사로 1주일에 4일 신경과·신경외과 환자들을 진료하고 10월에는 쪽방촌 방문 진료도 시작했다. 고 병원장은 “주는 사랑만이 가능케 하는 감동은 역설적이게도 그 모든 기쁨을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나의 조그마한 희생이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구나’ 하는 벅찬 감동에 길들여지면, 고갈됐던 내면은 물론 녹초가 된 몸까지 촉촉해지는 걸 체험할 수 있을 거예요.” 아산상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이념으로 세워진 아산사회복지재단이 나눔과 봉사문화를 확산시키는 취지로 수여하는 상이다. 고 병원장은 “나보다도 상을 받을 훌륭한 자격을 갖춘 의료인과 봉사자들이 많은데, 그분들을 대신해 수상하는 것이 미안하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그가 이번 기회로 꼭 전하고 싶은 건 “이번 수상을 통해 요셉의원의 존재가 다시 한번 부각되고, 함께 일하는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들이 다시 한번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는 희망이다. “저는 비교적 많이 알려졌기에 상을 받게 되는 것뿐이에요. 그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뜨겁게 사랑을 실천하시는 분들께서 더욱 힘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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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0-08 오전 10:32:09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