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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생활 어떻게 하면 잘할까 2024-10-02


수행 / 가브리엘 붕게 신부 / 분도출판사



“거룩한 교부들이 마음에 두고 있는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이란, 주일의 의무를 어느 정도 충실하게 이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평생 동안 날마다 수차례 기도드리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식사와 수면, 숨쉬기 등 삶에 필요한 여러 기능을 규칙적으로 수행하듯이 자신의 신앙을 규칙적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다. ‘영적 활동’은 오직 끊임없는 실천(수행)을 통해서만, 방금 언급한 기능들처럼, 자명하게 보이는 자연스러움에 이를 수 있다.”(84쪽)

신앙인에게 ‘기도’는 가장 익숙하면서도 제일 어려운 것이 아닐까. 그래서 베네딕도나 이냐시오 성인이 가르쳐 준 기도 방법을 비롯해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도 무수히 많다. 그러나 성경과 교부 전통에 충실하면서 개인이 기도드리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책은 흔치 않다.

「수행 : 교부들에게 배우는 기도 생활」은 성경과 교부 전통에 따라 기도하는 장소와 시간 및 기도하는 방식과 자세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책이다. 이 책의 원제는 「질그릇 : 거룩한 교부들의 전통에 따른 개인 기도의 실천」으로, 저자는 교부들과 사막의 사부들이 기도를 어떻게 이해했고 어떤 방식으로 생활화했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일상에서 개개인이 기도를 실천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부분 ‘묵은 포도주를 마셔 보고서는 아무도 새 포도주를 원치 않는다’에서는 전통의 중요성, 영성과 영성 생활, 활동과 관상, 시편 기도와 묵상을 소개한다. 둘째 부분 ‘장소와 시간’에서는 개인 기도를 바치기 위해 적합한 장소와 환경 및 기도하는 방향 등을 다루며, 셋째 부분 ‘기도하는 방식’에서는 분노나 생각으로부터의 자유가 수행적 방식의 기도에서 나오는 열매임을 지적하며 여러 유형의 수행적 기도 방식을 설명한다.

마지막 ‘기도하는 자세’에서는 몸의 중요성을 환기하며 일어서서 드리는 기도, 손을 들어 올려서 드리는 기도, 시선을 하늘로 향해 드리는 기도, 무릎을 꿇거나 엎드려서 드리는 기도 등을 소개한다. 부록으로 실은 ‘실천적 조언’은 기도를 드리기에 올바른 장소와 환경을 조성하는 일, 기도를 드리는 시간, 시편 기도, 기도하는 방법과 자세 등을 요약했다. 저자는 기도의 방법을 설명하면서 성경과 전승의 근거도 함께 제시한다.

“외적인 자세는 내적 태도를 육체적으로 표현할 뿐 아니라 내적 태도에도 직접 영향을 끼친다. 하느님 앞에서 서서 경건하게 기도하는 사람은 그만큼 경외심도 커진다. 서 있으려고 애쓰지 않고 다른 기도 자세들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기도는 결코 합당한 열정을 얻지 못할 것이며, 요셉 부스나야가 말한 것처럼 ‘대개 차갑고 얕은’ 상태에 머물고 말 것이다.”(167쪽)

저자 가브리엘 붕게(1940~) 신부는 독일 출신의 러시아 정교회 수도승 사제로, 독일 본에서 철학·역사·신학을 공부했고, 스위스 베른대학교에서 고대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2년 벨기에 셰브토뉴의 성 십자가 수도원에 입회했고, 1980년 이후 스위스에서 은수자로 지내고 있다.

저자는 “이 모든 수행(실천)은 깨지기 쉬운 ‘질그릇’에 담겨 우리에게 전해 오는 소중하고 썩지 않는 보물이며, 본질적으로 영적이며 보이지 않는 ‘보화’”라며 “우리는 기도하는 대로 믿고 믿는 대로 기도하며, 올바르게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머지않아 올바르게 믿지 않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하정 기자
[가톨릭평화신문 2024-10-02 오후 2:12:12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