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애화학교 학생들이 우유 팩을 분리 배출하고 있다.
“우유 팩을 모아서 휴지로 바꾸니 환경이 깨끗해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학교에서 분리수거를 하면서 이제 집에서도 혼자 하고 있어요.”(서울애화학교 학생들)
서울애화학교(교장 김인숙 수녀)가 생태영성을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학생들이 펼치는 환경 살리기의 작은 실천들을 통해서다.
애화학교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탕으로 청각장애 학생들에게 특수교육을 함으로써 그들이 일상생활에 잘 적응하고 사회에 도움을 주는 유능한 일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1976년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고(故) 루이스 호펜지츠(한국명 허애덕, 수도명 카리타스) 수녀가 설립한 학교다. 2015년부터는 지적장애 과정도 열었다.
애화학교의 생태영성 실천은 2021년부터 혁신학교(창의적이고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높이자는 취지)를 운영하며 시작된 생태전환교육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가 지역사회와 생태적으로 융화되는 것을 지향한다. 그리고 그 지향은 전등 끄기·텀블러 사용·이면지 쓰기·분리 배출·급식 다 먹기·물 절약·우유팩 모으기·아이스팩 기부하기·청바지와 폐휴대전화 기부하기 등 환경을 살리기 위해 일상에서 반드시 필요한 실천들로 이어졌다. 특히 우유팩은 세척 후 인근 주민센터로 가져가 휴지로 교환하고, 아이스팩은 재래시장, 청바지는 사회적 협동조합에 기부하고 있다. 폐휴대전화 모으기에 참여한 학생들에게는 교내 제로 웨이스트마켓에서 친환경 제품들로 바꿔갈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의 기특한 활동에 지역 주민들도 함께하고 있다.
애화학교는 텃밭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재배하는 농작물은 배추·무·고추·오이·호박 등 다양하다. 자급자족에 쓰기도 하지만, 주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며 사랑을 실천하기도 한다. 이 또한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생태영성 실천의 일환이다.
학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처음 수동적이던 학생들은 이제 집에서도 전등 끄기·분리 배출·물 절약 등을 실천할 만큼 습관을 들였다. 환경을 살리기 위한 자녀들의 작은 실천이 가족 모두의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애화학교는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탄소 중립 실천 우수학교상’도 받았다.
이효선(아셀라) 교육혁신부장은 “당장은 불편하고 눈에 띄게 환경이 좋아지진 않을지 몰라도 나부터 실천하는 노력을 이어간다면 좀더 살기 좋은 환경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기업들도 제품을 생산할 때 환경을 더 생각한다면 사람들이 지구를 지키는 데에 동참하기도 수월할 것”이라며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호소했다.
교장 김인숙(툿찡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는 “많은 사람이 기후위기에 대응해 일상에서 탄소 제로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더 많은 사람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의식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자원을 재활용하며 에너지를 절약하는 실천을 꾸준히 해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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