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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알마다 기도문 반복하면서 그리스도의 일생 만나게 됩니다” | 2024-1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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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 기도 성월이 돌아왔다. 교회는 이 시기 동안 묵주 기도를 자주 바치는 가운데 예수님과 성모님의 신비들을 깊이 묵상하며 믿음을 더욱 깊게 할 수 있도록 권한다. 묵주 기도는 교회 역사 안에서 오랜 세월 동안 하나의 독자적인 기도로 자리 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없이 많은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어려움을 헤치는 영적인 무기로 강조돼 왔다.
꽃송이마다 바쳐진 기도
묵주 기도의 기원은 초대 교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자들은 원형 경기장인 콜로세움에 끌려가 사자의 먹이가 될 때 머리에 장미꽃으로 엮은 관을 썼다고 한다. 하느님을 뵙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데 합당한 예모(禮帽)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는 이교인들이 자신 자신을 신에게 바친다는 의미로 머리에 장미꽃으로 엮은 관을 쓰는 것에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한편, 박해를 피한 신자들은 밤중에 몰래 순교자들 시신을 거두면서 그들이 썼던 장미 관을 한데 모아놓고 꽃송이마다 기도를 한가지씩 바쳤다고 한다.
이집트 사막 은수자나 수도승의 기도 방식도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죽은 자들을 위해 시편을 50편이나 100편 또는 150편씩 매일 외웠다. 이때 작은 돌멩이나 곡식 낱알을 둥글게 엮어 하나씩 굴리며 기도 횟수를 세었고, 글을 모르는 사람들은 시편 대신 주님의 기도를 그 수만큼 했다. 이런 관습들은 묵주 기도를 탄생시키는 데 중요한 작용을 했다.
12세기 삼종 기도가 널리 보급되며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도 깊어져 신자들은 주님의 기도 대신 성모송을 50번이나 150번 외웠다. 이후 열 번째 묵주 알을 크게 해서 시편의 후렴처럼 주님의 기도를 했다. 영광송이 삽입된 것은 13세기부터이고 오늘날과 같은 묵주 기도가 등장한 것은 15세기다. 특별히 도미니코 수도회 알랑 드 라 로슈 수사는 1464년 강생과 수난, 부활에 따른 환희, 고통과 영광 등 세 묶음으로 신비를 나눴는데 이 기도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15세기 말경에는 전통적인 15단 기도가 정착하게 된다. 오늘날의 묵주 기도라 할 수 있다.
성모님의 학교
2002년 10월 16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동정 마리아의 묵주 기도」를 제목으로 교서를 발표하고 2002년 10월부터 2003년 10월까지를 묵주 기도의 해로 선포했다. 이 선언에서 교황은 묵주 기도를 ‘성모님의 학교’로 부르며 그 학교에서 하느님 자녀들이 예수의 일생을 ‘환희·고통·영광의 신비’로 관상하면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배우도록 초대했다. 교황은 진정한 의미에서 묵주 기도의 신비는 성모님과 일치하는 길이며 또한 성모님께서 기억하시는 그리스도의 모습과 일치하는 길이라는 것을 상기시켰다.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묵주 기도를 바치면서 성모님의 기억과 또 그 눈길과 일치하게 됩니다.”(11항)
교황은 교서에서 “성모 마리아보다 그리스도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으며, 그리스도 신비를 더 잘 이끌 수 있는 사람도 없다”며 “묵주 기도 한 단 한 단을 성모님과 함께 건너가는 것은 성모님의 ‘학교’에서 그리스도를 읽고 그분 신비를 깨닫고 그분 복음을 배우는 것과 거의 같다”고 강조한다. 결국 묵주 기도를 통한 각 신비의 묵상은 성모 마리아의 안내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사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묵주 기도를 ‘복음서 전체의 요약’이라고 했으며 ‘복음적 특성을 지닌 그리스도 중심적인 기도’라고 했다. 묵주 기도는 성모 마리아와 함께 그리스도의 일생을 만나는 시간이다.
인체의 호흡과도 같은 기도
레지오 마리애 새 교본 19장 14절은 묵주 기도를 ‘인체의 호흡’에 비유한다. 그만큼 신자 생활에 묵주 기도가 중요하다는 뜻을 내포한다. 서울 무염시태 세나뚜스(단장 전상영 안드레아, 지도 박준양 요한 세례자 신부)는 누리집을 통해 “묵주 기도를 통해 묵상하게 되는 예수님의 탄생(환희)과 죽음(고통), 부활(영광)의 신비는 우리 삶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바로 여기에 묵주 기도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힌다. 환희와 고통, 영광의 삶을 일상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면면을 완벽하게 담고 있다는 것이다.
묵주 기도로 그리스도의 구원사를 묵상한다는 것은 즉 우리의 삶도 성찰하고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 성 요한 23세 교황은 “묵주 기도로 묵상과 영신 수련을 동시에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묵주 기도의 수련은 모든 신자의 아버지로서 다양한 직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내 정신을 깨어있게 한다”고 했다.
끊임없는 반복은 끊임없는 찬미
묵주 기도 방법의 특징은 반복이다. 묵주 알을 규칙적으로 굴리면서 리듬에 맞춰 기도문을 외우고 끊임없이 반복하는 형식이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성모송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그리스도께 대한 끊임없는 찬미이며 신비에 대한 관상을 엮어주는 씨줄”이라고 했다.
묵주 기도는 관상 기도로도 권장된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권고 「마리아 공경」에서 “관상이 없는 묵주 기도는 영혼이 없는 육신과 같아져 기도문만 반복하는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며 “‘너희는 기도할 때에 이방인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만 하느님께서 들어 주시는 줄 안다’(마태 6,7)고 하신 예수님의 권고를 거스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박준양 신부는 “궁극적으로 그리스도의 신비를 묵상하면서 삼위일체 하느님께 다가가는 묵주 기도는 반복적인 기도를 통해 우리가 그리스도의 신비 안으로 점점 젖어 들어갈 수 있다는 면에서 신앙심을 깊게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며 “예수님과 성모님의 거룩한 이름을 부르는 기도 중 가장 대표적인 기도이면서 우리가 간절하고 절박한 처지에서 마리아를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간구할 수 있는 기도”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중 신심하고 연결되면서 전문적인 신학적 지식이 없이도 소박하게 우리가 신앙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좋은 길이며 깊은 영성에 도달하게 할 힘이 있는 수단”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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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0-02 오전 9:52:00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