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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성당 순례(5)] 하우현성당 | 2024-1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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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 기도처럼 순례에 어울리는 기도가 또 있을까. 묵주 기도가 지닌 특유의 리듬 덕분에 묵주를 들고 길을 걸으면 걸음걸이마다 기도에 빠져드는 기분이 든다. 제2대리구 하우현성당(경기도 의왕시 원터아랫길 81?6)처럼 자연에 둘러싸인 묵주 기도의 길이 있다면 더욱 좋다. 이번 성당 순례는 하우현성당을 향했다. ■ 순례가 피정이 되는 곳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탈출 3,5) 하우현성당에 들어서면 신발장 위에 적힌 성경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성당이 거룩한 곳이라고는 생각해 왔지만, 막상 성경의 말씀을 눈앞에 두고 신을 벗으니, 이곳이 거룩한 곳이라는 느낌이 더욱 피부로 와닿는다. 성당에는 누구나 성체 앞에서 기도할 수 있도록 좌식 책상과 의자, 그리고 성경과 각종 기도서들이 놓여있었다. 그래서인지 미사가 없는 시간대에도 여러 신자들이 성당을 찾아 조용히 기도하며 머물렀다. 피정을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이곳은 성당에 앉아 기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피정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옛 정취를 간직한 성당의 풍경도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60여 년의 세월을 간직한 성당이다. 그러나 하우현에 성당이 자리한 것은 그보다 더 오래됐다. 하우현에는 1894년에 초가 공소 강당이 세워졌고, 1900년에는 본당으로 승격됐다. 교구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본당이다. 현재 성당은 1965년 건축한 건물이다. 성당을 둘러싼 자연도 피정을 느끼게 해주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우현성당은 성당이 위치한 의왕은 물론이고 과천·성남·수원·안양 등 인근 도심지에서도 차량으로 10~15분 내외면 갈 수 있는 위치다. 하지만 청계산과 광교산 자락에 둘러싸인 이곳은 도시의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오히려 멀리 외딴곳을 찾은 듯하다. 성당 옆에 자리한 사제관도 특별한 정취를 더한다. 이 사제관은 하우현본당 초대 주임 샤플랭 신부가 1904년 신축한 건물이다. 서양식 석조에 한국 전통의 골기와를 얹은 형태로, 한불 절충식 건축양식을 간직하고 있어 건축사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는다. 또 건축 당시 초대 주한프랑스 공사가 기증한 종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사제관은 경기도 지정기념물 176호로 등록돼 있다. ■ 신앙선조들을 현양하는 곳 하우현성당이 이런 위치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이 예로부터 교우촌이 자리하던 곳이기 때문이다. 하우현은 산과 숲에 싸여 천혜의 은거지였을 뿐 아니라 서울과 가까워 교회와 신자들의 소식을 접하기 용이한 이점이 있었다. 박해 당시에는 1802년 순교한 복자 한덕운(토마스)를 시작으로 성 볼리외 베르나르도 루도비코 신부, 하느님의 종 서태순(아우구스티노), 하느님의 종 이조여(요셉), 순교자 김준원(아니체도) 등이 이곳에서 생활했다. 하우현에 언제부터 신자들이 모여 살았는지를 알 수 있는 기록은 없지만, 이곳 출신 순교자들의 기록으로 적어도 신유박해 이전부터 신자들이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성당은 성 볼리외 베르나르도 루도비코 신부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하우현성당을 바라보고 오른쪽 출구로 나서서 5km가량 산길을 오르면 ‘둔토리토굴’을 찾을 수 있다. 도보로는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국사봉 인근에 자리한 둔토리토굴은 루도비코 신부가 박해자들의 눈을 피해 숨어지내던 곳이다. 루도비코 신부는 하우현에 자리한 교우촌에서 우리말을 배우고 또 박해자들의 눈을 피해 밤마다 신자들의 집을 찾으며 성사를 집전했다. 또 6·25전쟁 당시 순교한 ‘하느님의 종’ 필립 페랭 신부도 하우현본당 제3대 주임으로 사목해 하우현성당은 순교자들을 기억할 수 있는 순례지기도 하다. 이런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기억하기 위해 하우현본당은 성당 내에 루도비코 신부의 동상을 비롯해, 한덕운 복자상, 하우현성당과 관련된 성인, 복자 순교자들의 모습을 담은 모자이크화, 하우현 순교 선조 6위 현양비 등을 설치했다. 교우촌과 순교자들, 그리고 그 후로 이어오는 하우현의 신앙 역사에 담긴 교회사적 가치로 교구는 2020년 11월 29일 하우현성당을 교구 순례사적지로 선포한 바 있다. 하우현성당에서는 주일에는 오전 10시30분, 오후 4시 미사가, 월~토요일은 오전 11시 미사가 봉헌된다. 매월 첫 토요일 오전 11시 미사는 성모신심미사로 봉헌된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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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0-02 오전 9:32:12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