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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며 아껴 쓰는 작은 손길 한데 모아 “주님 주신 지구 지켜요” 2024-10-02

2024년 창조시기를 보내며 ''창조세계와 함께 희망하고 행동할 것''을 다짐했던 교회. “작은 일상적 행동으로 피조물 보호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참으로 고결한 일”(「찬미받으소서」 211항)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처럼 창조시기가 끝난 뒤에도 피조물 보호는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돼야 한다. 창조시기의 다짐을 이어갈 수 있는 교회 공동체의 실천들을 살펴본다.


 

이렇게 실천해요

 

 

9월 8일 대전교구 전민동본당(주임 변윤철 다미아노 신부)에서는 특별한 파티가 열렸다. 입지 않는 옷들을 가져와 교환하고 수선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21% 파티’다. 지속가능한 의생활 인식 제고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 스타트업 ‘다시입다연구소’와 전민동본당 공동주관으로 열린 21% 파티에는 신자뿐 아니라 지역주민 200여 명이 참여했다. 의류산업의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에 달한다. 사놓고 입지 않는 옷의 비율 21%에서 착안한 21% 파티에서는 단순히 입지 않는 옷을 교환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옷을 오래 입어야 할 이유를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이날 행사를 담당한 박윤미(헬레나) 씨는 “금액에 구애받지 않고 의류끼리 교환할 수 있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선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옷을 오래 입자는 취지를 잘 전달할 수 있었던 행사였다”며 “비신자들도 참여해, 피조물 보호를 위해 교회공동체가 지역사회 안에서 할 수 있는 역할들을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피조물 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가게를 성당 안에 마련한 본당도 있다. 대전교구 천안불당동본당(주임 진윤기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의 알맹이 상점은 불필요한 포장 없이 알맹이만 파는 가게다. 성당 내 북카페 안에 마련된 알맹이 상점에는 삼베 수세미와 삼베 행주, 천연 밀랍 다용도 랩, 고체 치약과 비누 등 친환경 용품들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용기를 가져와 필요한 양만큼 담아서 사가는 리필스테이션 코너도 마련, 주방세제, 세탁세제, 구연산, 베이킹소다 등도 구입할 수 있다. 인천교구 작전2동본당(주임 조용수 베드로 신부)도 친환경 물품을 판매하는 초록가게를 지난 4월 열었다.

 

 

대구대교구 주교좌계산본당(주임 이기수 비오 신부)은 연도실(장례식장)에서 접시와 컵, 수저로 쓰이던 일회용품을 다회용기로 바꿨다. 장례식장에서 대량으로 쓰이는 일회용품을 줄여 환경을 지키고자 한 것이다. 매번 세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다회용기로 바꾸면서 오히려 음식물을 남기는 사례가 줄었다는 게 계상수(요한) 연도실장의 설명이다. 주교좌계산본당 연도실은 다회용품을 제공하면서 쓰레기 배출량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렇게 배워요

 

 

피조물 보호를 위한 실천에 있어서 선행돼야 하는 것은 교육이다. 복음이 전하는 하느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을 사는 신앙인들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서울대교구 구파발본당(주임 차동욱 시몬 신부)은 2022년부터 유년부 주일학교에서 환경교리를 시행하고 있다. 분리배출, 쓰레기 줍기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교육뿐 아니라 환경골든벨, 환경동화 낭독극 만들기 등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참여할수 있는 교리를 구성해 교회 안에서 피조물 보호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에코 3개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수원교구 동탄송동본당(주임 이상훈 바오로 신부)은 초등부 4~5학년을 생태반으로 편성해 생태수업으로 교리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에는 ‘의류 쓰레기와 기후 정의’를 주제로 은총나눔 잔치를 개최,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생태환경체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온 우주의 창조주 하느님’ 특강과 천연비누를 만들어보는 생태체험학교도 운영해 공동의 집 지구를 살리는 중요성을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대전교구 첫 탄소중립본당으로 선정된 갈마동본당(주임 김동규 미카엘 신부)은 전 신자를 대상으로 교육활동에 매진했다. 본당 행사에 다회용기 사용, 94.4kW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 설치, 냉난방기 최소한 사용 등 본당의 변화에 신자들이 기꺼이 동참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갈마동본당은 2017년 설립된 생태분과를 중심으로 활동의 폭을 넓혔다. 구체적으로는 교구생태환경위원회의 생태영성교육과 생태피정을 실시하고 사회복음화분과위원들을 대상으로 생태교육을 진행했다. 아울러 환경 관련 영화 관람을 통해 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의식전환을 꾀했다.

 

 

이렇게 기도해요

 

 

피조물 보호를 위한 실천에 가장 큰 동력을 모을 수 있는 것이 기도다. 기도를 통해 생태영성을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본당을 소개한다. 서울대교구 대치2동본당(주임 최철영 베드로 신부) 하늘땅물벗 단체인 ''못자리벗''은 자연과 함께하는 기도모임을 만들어 자연을 생각하며 함께 기도하고 있다. 기도를 통해 자연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을 전하고 벗들이 함께 쓰레기를 주우며 피조물 보호를 위해 실천하는 시간을 갖는다.

 

 

서울대교구 홍은2동본당(주임 강재흥 요셉 신부)은 청년연합회가 자발적으로 우리의 지구를 위한 미사를 제안했다. 복음 선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미사를 통해 본당 신자들과 함께 교회가 가르치는 생태 영성에 관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갖고자 했기 때문이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청년 미사에 거행되는 우리의 지구를 위한 미사는 ‘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문’을 바치며 시작된다. 보편 지향 기도 첫 번째인 ‘교회를 위하여’는 생태 영성과 관련한 내용으로 바치고 미사 강론 역시 생태 영성과 관련된 교회의 가르침으로 구성한다. 미사의 마침 예식 전 공지 시간에는 오늘날 생태환경과 관련된 영상을 함께 시청하고 신자들이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캠페인을 공지하며 미사를 마무리한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10-02 오전 9:32:00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