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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데트의 노래」…세상 조롱 앞에 당당히 선포했던 진실의 메시지 | 2024-1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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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기에서 벗어나 미국의 해안에 도착할 수만 있다면 제일 먼저 ‘베르나데트의 노래’를 쓰겠노라.” 20대에 발행한 첫 시집 「베르디-오페라 소설」의 성공으로 독일과 오스트리아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떠올랐던 유다계 오스트리아 작가 프란츠 베르펠은 1940년 6월 말 망명길에 오른다. 국제적인 명성에도 나치의 지속적인 탄압을 받았던 그는 위태로운 망명 여정에서 피레네산맥의 프랑스 산골 루르드를 피난처로 찾았다. 이곳에서 성모 발현을 목격한 베르나데트 사연과 치유의 기적 이야기에 감동한 프란츠는 맹세한다. 망명에 성공하면 베르나데트의 이야기를 집필하겠노라고. 이후 바람대로 스페인·포르투갈을 거쳐 미국에 안착했고 그다음 해에 소설을 발표한다. 바로 「베르나데트의 노래」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종교 소설의 하나’로 평가받는 이 소설은 ‘루르드에서의 맹세’의 실천이었으며, ‘언젠가 반드시 인간의 내면에 깃든 성성(聖性)을 찬미하는 글을 쓰겠다’던 저자의 문학적 실현이기도 했다. 전 세계 주요 언어로 출간되며 영문판으로는 「The Song of Bernadette」로 번역됐다. 책은 1년 이상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13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영화로도 제작돼 아카데미 4개 부분에서 수상했다. 한국어판은 1950년대 중반 한솔 이효상(아길로) 씨에 의해 초역됐다. 이후 1980년대에 차남 이문희(바울로) 대주교 주도로 보완돼 가톨릭 영성 교육자료로 활용됐다. 그러다가 이번에 출판사의 대대적인 수정 보완 작업을 거쳐 대중 출판물로 선을 보였다. 소설은 총 5부 50장에 걸쳐 베르나데트가 살던 허름한 토방에서부터 루르드 기적의 첫 번째 수혜자 부올츠의 아들이 베르나데트 시성식에 참례하는 장면까지 그리고 있다. 순박한 14살 산골 소녀 베르나데트 수비루 앞에 ‘여인’이 신비로운 존재를 드러낸 사건,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과 베르나데트의 생애를 추적해 간다. 베르나데트는 이 사건으로 인해 성직자와 관료들의 심문을 받고 세상 사람들의 조롱과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지식인들은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며 목에 힘을 주었고, 부패한 관료들은 세속적으로 이용하는 데 골몰했다. 이처럼 책은 기적의 신비보다 당대 프랑스 사회의 위선과 모순에 초점을 두면서 개인의 진실과 종교의 본질을 묻는다. 종교 교리의 가르침보다는 ‘감추어진 인간의 신성성’을 찾아가는 ‘개인의 진실’에 비중을 두는 모습이다. 소설을 읽어가며 ‘기적수’의 장소로 순례를 열망하는 ‘루르드’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을 갖게 한다. ‘여인’은 왜 하필 마사비엘 동굴에 나타났을까. 왜 베르나데트였을까. 남다른 재능도 지니지 못했고 영특하지 않았던 그리고 가난에 찌들었던 베르나데트의 삶, 그 시대 늘 어둡고 습하며 물에 떠내려온 쓰레기로 가득하고 죽은 짐승들 뼈가 나뒹굴었던 마사비엘 동굴에서는 비슷한 맥락이 찾아진다. 그것은 마구간에서 태어나 가장 버림받고 가장 가난하고 슬픈 사람들을 찾은 예수님과 연장선에서 바라볼 수 있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는 추천사에서 “시대가 아무리 조롱과 분노와 냉담으로 생명이라는 최후의 가치로부터 등을 돌린다고 하더라도, 하느님의 신비와 인간의 성성(聖性)을 찬미하는 글을 쓰겠노라던 프란츠 베르펠의 소망은 마침내 이 소설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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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0-02 오전 9:32:12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