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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생명의 친교로, 세상과 함께 걸어가는 길 2024-10-02

의사 정원 증원으로 시작된 의료사태가 여전히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랫동안 수도자로서 질병 치료에 전념해온 이정림(임마꿀라타) 수녀로부터 올바른 의료개혁을 위한 제언을 듣는다.

 

의료사태 이후 의료 현장의 현실은 절박하다. 단기적으로는 본격적인 의료 붕괴가 언제 시작될 것인지 전전긍긍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의료 질의 심각한 저하를 걱정하고 있다.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전공의가 현장을 떠난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그들이 현장으로 돌아올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35년 동안 한 병원, 한 분야에서 봉직의로 일하면서 지역 암환자 치유에 집중해 왔던 필자는 우리 의료시스템에 감사와 자부심을 느껴왔다. 특히 국민개보험 제도 덕분에 경제적 부담 없이 의료의 질 향상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의료사태로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의 의료 환경이 불확실해질 것으로 보여서 안타깝다.

 

 

의료사태가 우리를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질병 치유에 심각한 저해 요소이고, 사회에 분열과 불신을 조장해 의료 환경을 파괴하는 요인이 된다. 더욱이 젊은 전공의들을 이기적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기성세대에 대한 좌절감으로 선한 치유자로서 사회에 공헌할 가능성을 포기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악의 고리에 대한 감각을 외면하고 원초적 이익만 강조하는 그릇된 정보의 홍수에 휩쓸리는 기성세대의 모습도 참담하다.

 

 

의료계 역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환자들을 치유할 거룩한 직분과 공동선에 충실하기보다는 집단 이익과 아집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의료계는 변해야 한다. 올바른 의료개혁에 대한 의료계와 국민의 컨센서스 정립에 대한 설득력과 리더십의 부족은 물론, 의협과 전공의 단체의 갈등을 여과 없이 노출하는 미숙함 등에 대해 자성해야 한다. 적어도 국민에게는 의료계가 일치된 목소리를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의료는 전문분야다. 의료인들은 국민에게 올바른 의료 지식을 전달해 합리적 의료제도에 대한 국민적 공동합의를 도출하도록 노력할 책임이 있다.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 의료계 내부 성찰은 물론 다양한 의료 그룹들이 각자 위치에서 국민과 소통하고 설득할 방법을 모색할 때다.

 

 

종교계의 중재도 중요하다. 세상의 빛과 소금인 교회는 의료사태에 대한 바른 방향과 사회교리에 입각한 의료재정 분배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가장 심각한 난제에 대해 국민에게 말(Logos)하고, 국민은 성숙하게 생각하고 대화(Dialogos)해야 한다. 여기서 소통과 친교(Koinonia)가 이뤄진다. 더 많은 국민이 더 보편적으로 의료 혜택을 누리고, 특히 필수 의료와 소외 계층이 우선시되는 의료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고통스러운 식별 과정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최선을 다해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고, 국민은 전문가의 의견을 신뢰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과 의료계 간의 정보 교환 및 대화가 필수적이며, 정보 및 대화의 장(場)과 창(窓)을 열어야 한다. 더 많이 공감하고 동참할수록,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더욱 업그레이드되어 진정한 의료 선진국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이다. 생명의 봉사자인 우리가 그런 과제를 성실하게 실행할 때, 하느님 모상대로 빚어진 그분 백성이 개화될 수 있는 보편적인 길을 세상과 함께 걸어가게 될 것이다.


 

 

글 _ 이정림 임마꿀라따 수녀(툿찡 포교 베네딕토수녀회 대구수녀원, 대구파티마병원 혈액종양내과)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10-02 오전 9:12:00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