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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져가는 유럽… 위기를 기회로 | 2024-1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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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신학자인 크리스토프 쇤보른(79) 추기경이 세속주의 범람과 무슬림 이주민 증가 속에서 고유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유럽 사회를 향해 “유럽의 쇠퇴를 인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쇠퇴는 그리스도인에게 새로운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쇤보른 추기경은 프랑스 가톨릭 잡지 ‘그리스도인 가족’과의 인터뷰에서 “교회는 살아 있고, 상황이 다르더라도 언제나 존재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럽 쇠퇴, 부인할 수 없는 움직임 오스트리아 빈(Vienna)대교구장인 그는 현대 교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학자로 꼽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잡한 사안에 직면할 때면 종종 그에게 신학적 자문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초반에는 세계 교회를 위한 새 교리서인 「가톨릭교회 교리서」의 편집 책임자로 활동했다. 그는 “우리는 ‘교회의 배꼽’만을 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리스도교 침체를 비롯한) 유럽의 쇠퇴는 대륙의 부인할 수 없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이는 교회가 과거의 영광 또는 향수에서 벗어나 새로운 복음화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는 말로 이해된다. “앞으로 20년 후면 유럽 인구는 오늘날 같지 않을 것입니다. 출산율 하락과 이민, 무슬림 증가로 인한 불가피한 현상입니다. 이는 그리스도인에게 새로운 도전입니다. 주님께서 당신의 교회에서 일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올해 프랑스에서 1만 2000명이 세례받은 것을 생각해 보세요.” 그는 유럽에서 교회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데 대해 “그럼에도 출생·가족·죽음 같은 문제는 이전과 똑같다”며 “바오로 6세 교황이 강조한 것처럼 교회는 ‘인류의 장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고 호소했다. 또 유럽을 더는 그리스도교 대륙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세간의 평가는 “터무니없다”고 잘라 말했다. 출산율이 높은 무슬림 이주민들이 지금 같은 추세로 자녀를 출산하면 20~30년 이내에 유럽이 이슬람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발언이다. “두 종교 모두 절대적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이든 무슬림이든 그 누구도 종교적 사명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리스도인의 행동 방식은 코란의 그것과 달라야 합니다. 또한 형제적 화해가 필요합니다.” 동성애 결합 축복 논란 아쉬워 그는 최근 논란이 된 동성 간 결합 축복과 관련해 교회가 오해의 빌미를 제공한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서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2021년 “교회는 동성 간의 결합을 축복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는 동성애 관계에 있는 이들이 원하면 사제는 사목적 차원에서 혼인성사와 혼동되지 않는 비전례적 방법으로 축복할 수 있다고 승인했다.(선언 ‘간청하는 믿음’ Fiducia supplicans 참조) 그는 2021년 답변이 바티칸 내부의 소통 오류라고 지적했다. 또 “두 문서는 교회가 이 문제 앞에서 스스로 당혹감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 논란은 정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만일 당신 친구가 ‘동성애자 아들이 파트너를 찾았다고 하더군’ 하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이실 겁니까? 그 친구에게 ‘그래도 그 애는 여전히 당신 아들이지?’라고 물어보세요. 대답은 당연하지 않겠어요?(그렇다 하더라도 내 아들이지)” 그는 12월이면 88세가 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을 차기 교황의 자질에 대해서는 “성령께서 교회를 인도하실 것이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차기 교황이 아프리카인이든 아시아인이든 유럽인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은 ‘그리스도의 종’이며 교회를 사랑한다고 믿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교회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입니다.” 김원철 선임기자 wckim@cpb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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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0-02 오전 7:52:01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