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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전쟁의 불똥, 동방정교회 분열 가져와… 기도 절실 2024-10-02
동방정교회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인 바르톨로메오 1세(Bartholomew I) 세계 총대주교의 리더십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러시아 모스크바 총대교구청에서 독립한 것을 지지한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싸고 정교회가 분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콘스탄티노폴리스는 비잔틴 제국의 옛 수도(현 튀르키예 이스탄불)로 가톨릭의 바티칸 같은 곳이다.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 바람에 노골적으로 친푸틴 행보를 보여 온 모스크바 정교회의 키릴 총대주교와 사이가 더 멀어졌다.

그는 동방정교회 수장이다. 동방 정교회의 15개 독립교회는 자치권이 있는 수평적 관계지만 콘스탄티노폴리스는 ‘동등한 가운데 첫 번째’라는 특별한 지위를 가진다. 하지만 1453년 콘스탄티노폴리스가 이슬람 제국 오스만 터키에 함락된 이후 러시아가 ‘정교회의 수호자(제3의 로마)’를 자처하면서 콘스탄티노폴리스와 모스크바 사이에 뿌리 깊은 갈등이 이어져 왔다. 교세는 러시아가 압도적으로 크다.

그는 가톨릭 매체 ‘The Pillar’와의 인터뷰에서 전쟁과 교회 분열, 부활절 공동 기념 등에 대한 생각을 폭넓게 털어놨다. 다음은 인터뷰 요약.

 
동방정교회 수장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가 지난해 9월 프란치스코 교황과 환담하고 있다. OSV



러시아 정교회와 갈등 


총대주교님은 전쟁과 관련해 모스크바 총대교구청을 노골적으로 비판해왔습니다. 모스크바와 가깝거나 (전쟁에) 침묵을 지키는 지역 교회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세계 총대주교로서 주권 국가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은 ‘성전’이 아니라 ‘악마의 전쟁’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전쟁은 결코 해결책이 아닙니다. 최후의 수단으로라도 고려하면 안 됩니다. 가장 큰 책임은 대화 대신 전쟁을, 외교 대신 유혈 사태를 선택한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그들의 행동과 선택을 규탄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고통에 대해 자주 언급하지만, 러시아를 자극하는 언행은 삼간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총대주교님도 그렇게 보십니까?

우리는 전쟁에 대해 같은 입장입니다. 교황님은 키릴 총대주교의 전쟁 지지 연설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심지어 그를 ‘푸틴의 복사(服事)’라고까지 부르는 대담함도 보였습니다.



가톨릭과 정교회는 각기 다른 부활절 날짜를 통일하기 위해 물밑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실현 가능성이 있습니까?”

서기 325년 제1차 니케아 공의회에서 부활절 날짜 계산의 기준이 정해졌습니다. 아시다시피 내년은 첫 공의회인 니케아 공의회가 열린 지 17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내년에는 복된 우연의 일치로 정교회와 가톨릭 모두 4월 20일 같은 날에 부활절을 기념하게 됩니다. 공통의 기념일을 찾는 열망은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와 이에 대해 논의한 바 있습니다. 복잡한 성격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 기념 행사를 준비하는 공동기획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합의가 다양한 지역 정교회들 사이에 더 큰 긴장을 조성하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부활절은 니케아 공의회가 결정한 대로 춘분이 지나고 보름달이 뜬 후에 돌아오는 첫 주일이었다. 하지만 1582년 그레고리오 13세 교황이 율리우스력을 버리고 새로운 역법 체계인 그레고리오력을 도입함에 따라 동·서방 교회의 부활절 날짜에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동방정교회는 지금도 율리우스력에 따라 부활절을 계산한다. 콘스탄티노폴리스와 로마가 날짜를 통일한다고 해도 다른 국가 정교회, 특히 러시아 정교회가 이에 동의할지는 불확실하다.)


2054년, 동서방 교회 분열 1000주년


30년 뒤인 2054년은 동·서방 교회가 분열된 지 100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날이 오기 전에 분열을 치유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분열이 치유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1964년 예루살렘에서 교황 바오로 6세와 아테나고라스 세계 총대주교가 (1054년 대분열 이후) 처음 만나 사랑의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이 사랑의 대화 이후 두 교회 간의 상호 금서 해제를 포함한 모든 노력이 신학적 대화의 길을 닦아주었습니다. 대화가 많은 열매를 맺어 우리가 ‘하나가 되길’(요한 17, 11) 바라시는 그리스도의 뜻이 이뤄지길 희망합니다.



김원철 선임기자 wckim@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4-10-02 오전 7:52:01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