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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정원에 들어선 한복 입은 성모…평화 염원하며 기도 | 2024-0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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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교단은 ‘사도좌 정기방문’ 공식일정 기간 중 바티칸 정원에서 열린 ‘평화의 모후 모자이크 성화’ 축복식에 참석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각종 분쟁의 종식과 한반도 평화를 기원했다. 로마에 거주하는 한국인 사제, 수도자 신자들과 함께 성 바오로 대성당과 로마한인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학업과 선교활동에 매진하며 복음화 사명을 충실히 실천하는 이들을 격려하고 친교의 시간을 보냈다. 바티칸 정원 ‘평화의 모후 모자이크 성화’ 축복식 한국 주교단은 9월 20일 바티칸 정원에서 열린 ‘평화의 모후 모자이크 성화’ 축복식에 참석했다. 바티칸 정원에 들어선 최초의 한국 작품인 모자이크 성화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성모 마리아가 왼손에는 색동옷 입은 아기예수, 오른손에는 묵주를 든 모습을 하고 있다. 자신만의 독자적인 화풍으로 한국적 성화를 그려온 심순화(가타리나) 작가가 100호(가로 100cm, 세로 150cm) 작품을 그렸다. 모자이크상의 테두리는 양질의 대리석 산지로 알려진 이탈리아 카라라(Carara) 지역의 것이다. 심순화 작가는 “바티칸 정원이라는 거룩하고 영광스러운 곳에 작품을 봉헌할 수 있어 기쁘다”며 “작업 내내 전쟁으로 고통 받는 세계 곳곳의 이들을 기억하고 기도하며 그들에게 평화를 전해 주실 것을 성모님께 청했다”고 밝혔다. 평화의 모후 모자이크 성화가 바티칸 정원에 들어선 데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이 큰 역할을 했다. 유 추기경은 지난 해 5월 루르드 동굴을 재현한 작품과 세계 각국의 성모 마리아 성상이 들어서 있는 바티칸 정원 내 ‘성모 마리아 길(Percorso Mariano)''에 한국 성모상을 모시도록 허락해 달라고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청했고 교황은 즉시 “좋은 생각”이라고 화답했다. 수원교구 남양성모성지 후원회장으로 활동하며 서소문순교성지 등에 성미술 작품을 봉헌한 이성우(안토니오) (주)성은실업 대표이사가 유 추기경의 뜻에 동참해 작품 제작과 설치를 후원했다. 평화의 모후 모자이크 성화는 ‘성모 마리아 길’의 중간인 ‘거장의 요새(Bastino Maestro)''에 자리했다. 바티칸시국의 서쪽 벽면인 이곳에는 필리핀, 콜롬비아, 우루과이 등 세계 11개 나라의 성모님을 담은 작품이 들어서 있고 평화의 모후 모자이크 성화는 열두 번째로 벽면 정중앙에 설치됐다. 바티칸시국 위원회 위원장 페르난도 베르헤스 알사가 추기경이 주례한 이날 축복식에는 한국 주교단과 로마 거주 한국인 사제와 수도자, 한인본당 신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페르난도 추기경은 “성 베드로 대성당과 교황좌 가까이에 있는 평화의 모후 모자이크 성화 앞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은 여러분의 나라를 기억하고 한반도의 평화가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의 전구로 이뤄지기를 기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도좌 정기방문 일정 마지막날 로마한인본당 방문…공동체와 미사 봉헌 한국 주교단은 사도좌 정기방문 마지막 날인 9월 22일 교황청립 로마한인신학원 내 로마한인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주례로 봉헌된 이날 미사에는 본당 신자와 로마 거주 한국인 사제, 수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정순택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 앞서 일주일간의 사도좌 정기방문 일정을 소개하고, “사도좌 정기방문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교황님 알현 때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한국교회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주교님들 모두 행복해하셨고 교황님께서도 상당히 흡족해 하셨다”며 이번 사도좌 정기방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힘쓴 로마한인신학원장 정연정(티모테오) 신부를 비롯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정 대주교는 이어 “목숨까지 내어가며 성직자를, 그리고 평신도를 보호했던 순교 사제와 순교자들의 삶을 묵상하며 한국교회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고 배려하면서 시노드 교회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한국 주교단과 함께 미사를 봉헌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은 “9월 20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에 한국 주교님들은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님을 뵙고 또 바티칸 정원에 평화의 성모님을 모셨다”며 “대축일에 겹경사를 맞이한 것은 맞이한 것은 한국교회가 순교자들의 모습을 본받아 믿음과 삶이 일치하는 빛이 되고 소금이 되라는 하느님의 신호이자 명령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미사 후 한국 주교단은 로마한인신학원 잔디마당에서 미사 참례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하는 것으로 사도좌 정기방문 공식일정을 마무리했다. 로마한인본당은 본당공동체를 찾아 미사를 봉헌한 한국 주교단을 위해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공수한 수제우산을 선물로 전했다. 사도좌 정기방문 준비 단계부터 교황청과 주교회의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이번 일정 내내 동행한 정연정 신부는 “주교님들을 일주일간 가까이에서 보좌하면서 우리 주교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한국교회가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교황님 알현과 부서 방문 때 통역에 나서 주교님들의 입과 귀가 된 한현택(아우구스티노) 몬시뇰과 김남균(시몬), 김성수(마르코), 선지민(야고보) 신부 등 사도좌 정기방문 일정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봉사한 이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주교황청 대한민국대사관 만찬 한국 주교단은 사도좌 정기방문 둘째날인 9월 17일 교황청 주재 한국대사관을 찾아 대사관 직원들을 격려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대사관 직원분들의 초대가 사도좌 정기방문 일정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 주교들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된다”며 감사를 전했다. 이어 이 주교는 “대사관은 대한민국 정부의 일 뿐 아니라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최양업 신부의 시복 등 한국교회의 여러 가지 당면한 큰 일들을 도와주셔야 하는 위치에 있다”며 “한국교회가 지금보다 더 활발하고 역동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길 청한다”고 했다. 오현주(그라시아) 대사는 “현직 주교회의 회원 모두가 대사관을 방문하신 것이 너무나 영광스럽고 아마도 임기를 끝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한국 주교단의 방문을 환영했다. 오 대사는 “김대건 신부 성상의 바티칸 외벽 설치와 세계청년대회 서울 개최, 그리고 이번 사도좌 정기방문과 평화의 모후 성모상 축복 등은 한국교회의 위상을 교황청에 아주 강렬하게 각인시켰을 뿐 아니라 우리 정부의 외교활동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서울 세계청년대회 등의 준비과정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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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9-26 오후 4:32:11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