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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를 닮은 성모 그림, 보티첼리의 위작으로 밝혀져 | 2024-09-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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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술사가가 지적하기 전에도 이 작품이 위작일지 모른다는 정황이 있었다. 출처가 불분명했음에도 한 전문가의 추천으로 미술관에 입수되었고, 복원하는 과정에서 옛것으로 보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마모하고 파손한 부분도 발견되었다. 그러나 1932년 메디치위원회가 보티첼리의 작품으로 추천하기도 하면서 진품으로 둔갑하기에 이르렀다. 위작자는 500년 된 마구간의 마룻바닥을 떼어내어 이 그림의 지지체로 사용했고 보티첼리의 기법으로 정교하게 작업하였다. 소형 드릴로 그 나무판에 홈을 내어 벌레 먹은 것처럼 보이게 할 정도로 주도면밀했다. 그러나 작품 후면에 구멍을 만드는 과정에서 드릴 날이 그림 표면에까지 도달하여 방사형의 균열을 만드는 실수를 하였고, 과학적인 성분조사를 통해 보티첼리 시대에 사용되지 않은, 근대에 개발된 안료들이 발견돼 이 작품이 가짜임이 최종 확인되었다. 사실 이 작품의 위작자는 현존하는 그림을 모사한 것이 아니라 철저한 연구를 통해 초기 보티첼리 작품의 특징적인 요소를 조합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었던 것이다. 그의 훌륭한 솜씨(?)에 전문가들도 속아 넘어갔고 당시 거장의 미공개 작품 출현에 흥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위작자는 1920년대 여배우의 모습을 성모님의 얼굴에 녹여 넣었고, 이것이 매서운 미술사가의 눈에 감지되어 위작으로 밝혀지는 시발점이 되었던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중섭과 박수근 작품의 위작 사건으로 미술품 진위 판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작품의 위작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진품이 섣부른 판단에 의해 가짜라는 의혹을 받을 경우 도의적으로나 소장자의 재산가치 하락 면을 고려한다면 매우 신중해야 할 일이다. 또 과학적인 방법이 진위를 밝혀내는 데 일조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그 자체가 만능열쇠라고 할 수는 없다. 작품이라는 것은 물질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아우라가 그 작품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 과학적인 조사는 감정가의 안목에 의해 특정 작품이 가짜라는 판단이 생겼을 때 이를 증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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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9-25 오전 11:12:08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