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자녀 교육서를 출간하고, 책에 대한 추천사를 써준 선배에게 인사차 찾아갔을 때입니다.
“그래, 축하해. 아이가 벌써 중학생이라고? 잘 크지?”
그 한마디에 벌써 저의 말문이 막히고 말았지요. 자녀 교육서를 쓰고 교육 강사로 일하면서 제 자식은 학업도 생활 태도도 엉망이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었으니까요.
“에효, 죽겠어요. 제가 지금 이런 책을 낼 때인가 싶어요. 무슨 사춘기가….”
“그렇지 뭐. 나도 우리 애들 너무 힘들다. 그래도 지켜보며 기다려야지. 그런데 넌 성당 잘 다니고 기도 많이 하니? 그냥 키우기도 힘든데 기도 안 하고 어떻게 키워. 자식 둔 부모가 기도하지 않는 것만큼 용감한 일이 없다.”
그 선배를 만난 후 ‘자식 둔 부모가 기도하지 않는 건 정말 용감하다’는 말이 항상 뒤통수를 따라다녔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도 도무지 기도에 집중할 수가 없었지요. 왜냐하면 사춘기란 게 한두 해 만에 끝나지가 않더라고요.
중2에 정점을 찍고도 후폭풍이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간신히 중학교를 졸업시켜 놨더니 고등학교는 간다 안 간다, 애간장을 녹였지요. 그래도 다행히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아이는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고 한 학기 정도 반짝 학교생활을 즐기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해 가을 자퇴를 하게 됐지요. 교우문제를 시작으로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는 그렇게 학교 밖 청소년이 되었답니다. 어떤 집 아이는 자기가 왜 자퇴를 해야 하는지, 자퇴 후엔 어떻게 생활할 것인지 파워포인트 문서로 30장을 작성해 부모에게 보여준다더군요. 하지만 저희 아이는 그렇게 계획적인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학교 밖에서 자유인지 방임인지 모를 시간을 만끽했고 부모인 저희는 자괴감에 바닥을 뒹굴 수밖에요.
그즈음 3년 전에 만났던 선배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9일 기도를 시작해서 56일, 또 56일, 그리고 세 번째 9일 기도를 시작하던 중에 ‘성서 모임’에 관한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창세기 반에서 성경공부를 시작하게 된 날, 저는 다른 엄마를 보며 또 자괴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복사단의 단장 엄마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아이 때문에 이 자리까지 왔다’고 했습니다. 아이 때문에 복사단 단장까지 맡게 됐고 아이 때문에 성당에 자주, 일찍 오다 보니 제대회 봉사에 성경공부까지 하게 됐다고 말이지요. 순간, 아이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그곳에 와 앉아 있던 저는 그 상반된 입장의 엄마가 몹시 부러웠습니다.
‘이끄심도 저렇게 아이를 통해 하시는구나. 저 엄마는 참 축복 받았네. 나도 결국 아이 때문에 이 자리에 와 앉았지만, 아이를 앞세워 극심한 형벌 같은 시간을 보내고 반성하며 와서 앉아있는 나와는 차원이 다르구나.’
남의 집 이쁜 자식과 우리 집의 미운 자식을 비교하며 그렇게 혼자 속으로 뼈아팠지요. 그러면서 생각은 이내 반성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 아이가 저 아이 또래일 때 나는 엄마로서 왜 저렇게 열심히 하지 못했을까? 나도 저렇게 지냈다면, 우리 아이의 과거와 나의 양육의 시간은 달라져 있을까?’
짧은 순간에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와 안타까움이 스쳐갔습니다. 그렇게 회한이 가득한 마음으로 매주 참석한 성경공부 시간에 어느 날은 나름의 깨우침이 있었지요.
‘시련이 있다고 하여 그것이 반드시 처벌이고 형벌이라 할 수는 없다. 신앙인에게 그 사건은 시련이자 형벌 같아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 일을 통해 깨닫고 의미를 이해하고, 감사로 누려야 할 ‘신앙의 언어’일 수도 있다.’
‘기도하는 부모’란 어떤 모습을 의미하는 것일까?
한동안 저는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이 깊었습니다. 그러다 제 나름의 결론을 얻었지요. 내 뜻대로, 나의 기대대로 존재하길 바라며 구하는 모습이 아니라, 아이가 가장 자기답게 살 수 있도록 세워주는 부모, 그렇게 되기를 축복해주는 모습이 바로 기도하는 부모의 모습이라고요.
이제는 저 역시 그날의 선배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냥 키우기도 힘든데 기도하지 않는 부모라? 정말 용감(?)한 부모라고요.
양육자로서 저는 오늘도 기도하며 이 숭고한(?) 몸부림을 계속하고 있답니다. 부디 여러분도 오늘 자녀와 함께 안녕하시기를 빕니다.
글 _ 최진희 (안나)
국문학을 전공하고 방송 구성작가로 10여 년을 일했다. 어느 날 엄마가 되었고 아이와 함께 가는 길을 찾아 나서다 책놀이 선생님, 독서지도 선생님이 되었다. 동화구연을 배웠고, 2011년 색동회 대한민국 어머니동화구연대회에서 대상(여성가족부장관상)을 수상했다. 휴(休)그림책센터 대표이며, 「하루 10분 그림책 질문의 기적」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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