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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26주일 -죄 짓지 않도록 늘 깨어있어야 | 2024-09-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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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당대부터 그분의 제자 무리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이름을 빌려 구마 행위를 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의 전반부(마르 9,38-41)에서 예수님께서는 그런 사람들을 막아보려고 하였던 당신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사람들이 당신의 제자 무리에 속하지 않더라도 그들을 배척하지 말라고 하시며 제자들과는 상반된 입장을 분명하게 드러내십니다. 요한으로 대표되는 제자들의 모습에서 예수님을 추종하는 이들의 충실함을 엿볼 수도 있지만, 자신들과는 상이한 이들에 대한 경계와 배척의 태도가 드러납니다. 반면 예수님께서는 마귀 들린 이들이 악한 세력에서 풀려나 회복되는 것을 당신 사명에 협력하는 것으로 보았기에 그 구마자들을 개방적 자세로 인정하십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일생을 사셨듯이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은 그분의 말씀과 행적을 따라 살아가야 합니다. 특별히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새로운 계명을 일상에서 실천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 이유로 다른 이들을 인정하지 못하고 배척할 때가 있습니다. 크고 작은 공동체에서 편 가르기를 하며 서로 대립하기도 하고 편협한 마음과 시각에 갇혀 남을 판단하거나 단죄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무한하신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에 대한 자신의 한정적인 체험을 절대화하여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잘못된 길로 이끌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우리를 도우시어 자기 방식이나 주장만을 고집하는 것에서 벗어나도록 이끌어주십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에 비추어 우리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성찰해 갈 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 안에서 풍요로움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후반부(마르 9,42-48)는 죄를 지으면 지옥으로 가고 죄를 끊으면 하느님 나라로 들어가기 때문에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죄 짓지 않도록 노력하라는 내용입니다. 죄에 대한 경계의 말씀이 나오는데 이웃을 죄 짓게 하는 자는 연자 맷돌을 목에 걸고 바다에 던져지는 편이 오히려 나을 것이라고 하시며, 자신이 죄를 범하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악한 표양으로 남을 죄 짓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십니다. 이어서 죄를 짓는 것이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을 방해한다고 밝히시며 손과 발과 눈이 죄 짓도록 충동질하거든 가차없이 찍어 버리고 빼어 던지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한 상징적 표현은 우리가 죄를 싫어하여 죄를 피하기를 바라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죄로 인해 당신과의 일치에 균열이 생기고 죄로 인해 공동체가 분열된다는 것을 우리가 분명하게 깨닫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화단이나 텃밭의 잡초를 제거해 보셨을 것입니다. 오랜 시간 미루다가 한참 자란 다음에 한꺼번에 잡초를 뽑으려고 하면 매우 힘들고 어렵습니다. 처음부터 그때그때 잡초를 뽑아내는 것이 힘도 적게 들고 시간도 절약됩니다. 마찬가지로 죄로 이끄는 유혹도 초기에는 물리치기가 쉽습니다. 미루거나 틈을 주게 되면 단순한 유혹도 점점 강해져서 물리치기도 쉽지 않고, 때로는 그 유혹으로 악에 떨어져 헤어나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겸손하게 기도하며 예수님의 은총에 힘입어 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 묵상을 통해 예수님의 시선으로 이웃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마음, 그리고 죄 지을 기회를 피하도록 노력하는 마음을 새롭게 지니면 좋겠습니다. 유승록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사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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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9-25 오전 7:32:09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