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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신앙의 씨앗은 멀리 날아가야 한다 2024-09-25



숲은 갈마드는 계절의 변화를 색으로 표현한다. 숲이 그리는 이 색은 그 어떤 화가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그러기에 있는 그대로 그저 바라봄이 좋다. 숲을 이루는 나무 중에 가을이 왔음을 뚜렷하게 알려주는 나무가 있다. 바로 단풍나무다. 단풍(丹楓)은 계절 변화로 인해 잎이 붉은빛으로 변하는 현상이나, 또는 그렇게 변한 잎을 뜻하는 한자다. 단풍나무의 열매는 시과(翅果 : 날개가 있는 열매)로,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번식한다. 흥미롭게도 단풍나무 열매가 날아가는 현상에서 착안해 헬리콥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단풍나무는 계절에 따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리고 열매를 떨구고 날려보내 자연의 순환을 이어간다. 생명의 고리를 이어간다. 이 자연의 법칙은 신앙인에게 크나큰 교훈을 준다. 신앙도 자신의 처지에 따라 열매를 맺고, 그 결실을 다른 이들에게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앙생활을 함에 있어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마치 나무가 그 뿌리를 땅에 깊이 내려 그 어떠한 비바람도 이겨내듯이 말이다. 그리고 나무처럼 변함없이 성장하는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숲을 이루는 나무는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순환한다. 신앙도 자신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 순응하고 또 순환하는 여정이어야 한다. 나무가 열매를 맺는 이유는 단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 안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 새로운 생명을 일으키기 위함이다. 마찬가지로, 신앙이 열매를 맺는 목적이 단순히 개인의 영적 성숙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신앙의 씨앗이 멀리 날아가 다른 이들과 나누어야 한다. 신앙의 열매가 다른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그들 또한 신앙 안에서 자라게 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신성근 신부(산림교육전문가/숲 해설가)
[가톨릭평화신문 2024-09-25 오전 7:32:09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