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설날과 함께 한국인에게 중요한 명절이다. 추수한 후 특별한 감사 의식을 하는 것은 대다수 종교와 나라에서 보편적이다. 구약성경에도 초막절(Sukkot)이 3대 중요 휴일 중 하나로 지정되어 있으며, 미국 쪽에서 특히 유명한 청교도혁명 시기 잉글랜드 전통에서 유래된 ‘추수감사절’이나 중국의 ‘중추절’, 그리고 베트남의 '뗏쭝투(Tet Trung Thu)' 등도 대표적이다.
1930년대까지 가톨릭교회는 돌아가신 조상 앞에서 절을 하고 섬기는 제사를 미신행위로 여겼다. 이는 한국 선교의 가장 큰 박해의 요인이 되었고 정하상 바오로는 1839년 기해박해로 순교하기 전 천주교 교리를 논증하기 위해 쓴 글에서 가톨릭 신자들이 제사를 거부하는 이유를 설명했지만, 공감을 얻지 못했다.
신자가 늘면서 선조들을 공경하는 민족적 풍습인 제사가 과연 교리에 어긋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의문이 일자, 비오 12세 교황은 기해박해로부터 100년 후인 1939년에 “제사 의식은 그 나라 민속일 뿐, 교리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는 훈령을 내렸다. 이때부터 천주교는 제사를 조상에 대한 효성과 존경을 표현하는 민속적 예식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설과 한가위를 이동 축일로 제정, 고유 독서와 고유 감사송을 곁들인 명절 미사로 거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에서 추수에 관련된 음악은 꼭 밝고 즐겁지만은 않다. 유럽에서 추수 시기는 미뤄왔던 세금을 바치고 전쟁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주세페 물레(1885~1951)의 교향시 ‘추수’는 행진곡풍의 씩씩함과 강렬함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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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클래식 FM에서는 추수감사절에 가장 적합한 클래식 음악으로 에런 코플랜드(1900~1990)의 ‘애팔라치안의 봄’을 뽑았다. 이 음악은 19세기 미국의 개척자들이 처음 땅을 갈고 농가를 만드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들이 즐겨 부르던 민요를 주요 멜로디로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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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작은 밤의 음악, 소야곡’도 추석에 들어볼 만하다. 추수를 끝내고 풍요로울 때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청춘도 들끓게 된다. 이 아름다운 시기를 즐겁게 지내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의 음악을 통해 상상해보자. 주님은 어디서나 그분의 은혜와 축복을 내리셨지만 우리는 네 개의 뚜렷한 절기를 특별히 더 받았고 이 중 특별한 한때를 기뻐할 수 있는 행복을 얻었다. 아무래도 한국인에게 추석은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정으로 넘치는 특별한 때인 것 같다.
//youtu.be/QZWKUszkbXU?si=6LezxLVH2vmiuIxM류재준 그레고리오, 작곡가 /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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