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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기도 이야기] 자기 착각에 빠진 요나의 기도(요나 2,3-10) 2024-09-19

예언자 요나는 적국인 아시리아의 수도 니네베로 가라는 주님의 명을 피해 달아나다 폭풍을 만나고 물고기 배 속에서 사흘을 지냈습니다. 그는 달갑지 않은 마음으로 자신의 사명을 수행하며 니느베 사람들이 회개하여 하느님께서 벌을 거두신 것을 보고 죽고 싶다고 떼를 씁니다.


요나가 물고기 배 속에서 드린 기도는 사실을 왜곡하는 기도의 전형을 보여 줍니다. 폭풍이 일자 이방인 뱃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신에게 부르짖지만 깊이 잠들어 있던 요나는 기도하라는 선장의 요구를 받고도 기도하지 않습니다. 뱃사람들은 요나를 바다로 집어 던지기 전에 주님(야훼)께서 폭풍을 일으키신 것을 알고 그분께 자신들이 하는 일에 용서를 청합니다.(1,14) 하지만 요나는 사흘 밤낮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기도하기 시작합니다.(2,1) 더구나 그의 기도는 왜곡된 사실로 그득합니다.


‘제가 곤궁 속에서 주님을 불렀더니’(2,3)라고 하지만 그는 사실 ‘배 밑창에 드러누워 깊이 잠들어 있었습니다.’(1,5) 요나는 ‘당신께서 바닷속 깊은 곳에 저를 던지셨다’(2,4)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를 던진 이들은 뱃사람들이었고(1,15) 그것은 요나가 자신의 사명을 피해 도망친 결과였습니다. ‘당신의 눈앞에서 쫓겨난 이 몸’(2,5)이라고 하지만 그는 스스로 주님을 피해 도망갔습니다.(1,3) “헛된 우상들을 섬기는 자들은 신의를 저버립니다”(2,9)라고 하지만 이방인 뱃사람들은 자신들을 불행에 빠뜨린 요나를 구하려 끝까지 애썼고 다른 방도가 없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주님(야훼)의 용서를 구하며 희생 제물을 바쳤습니다.(1,13-16)


하느님이 니네베 사람들을 용서하신 것 때문에 요나는 다시 기도합니다. “아, 주님! 제가 고향에 있을 때에 이미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저는 서둘러 타르시스로 달아났습니다. 저는 당신께서 자비하시고 너그러우신 하느님이시며, 분노에 더디시고 자애가 크시면, 벌하시다가도 쉬이 마음을 돌리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제 주님, 제발 저의 목숨을 거두어 주십시오.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것이 낫겠습니다. …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것이 낫겠습니다.”(4,1-8)


요나는 적에 대한 미움에서 사실을 왜곡하고 하느님이 자신의 적을 용서하신 사실을 자기 죽음으로 부정하려 합니다. 우리가 좋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을 눈앞에 떠올리는 것이 요나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들이 내 바람과 달리 잘 되고 하느님의 복을 받을 때 우리는 그 사실을 부정하며 왜곡된 기도를 바칠 수 있습니다. 요나는 자기 생각과 다르게 돌아가는 세상을 삐뚤게 이해하는 위선자의 전형입니다. 예언자들과 예수님은 그런 기도가 잘못되었다고 거듭 지적하십니다.(이사 1,15;29,13; 마르 7,6-7; 예레 7,9-10; 호세 6,1-3;8,1-2; 미카 3,3-4; 스바 1,5-6; 즈카 11,5; 마르 12,40; 마태 6,5-7) 내가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우리는 사실을 왜곡하는 위험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은총을 얻으리라 희망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요나의 거짓된 기도를 들으시고도 요나를 육지에 뱉어 내게 하시고(2,11) 죽고 싶다는 요나를 타이르시고 그에게 자비와 용서를 가르치십니다. 이로부터 우리는 하느님이 요나와 니네베 사람들뿐만 아니라 후회하고 회개하는 나 자신도 용서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죄에도 불구하고 다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우리를 단죄하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다시 새로이 시작할 용기를 냅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기 때문입니다.”(휩 오스터하위스, 네덜란드 시인)



글 _ 신정훈 미카엘 신부(서울대교구 해외선교)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09-19 오전 11:03:54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