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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것 | 2024-0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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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나누는 사람들의 실천은 어째서 물질적인 나눔 이상의 짙은 감동을 자아내는 걸까.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고 꾸준히 헌혈까지 해온 두 군종교구 사제를 인터뷰하면서, 사람이 자기 몸을 이웃에게 나눈다는 건 어떤 각별한 의미를 가지는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됐다. 육군 화랑본당 주임 박현진(마르코) 신부는 일면식 없는 혈액암 환자를 위해 8월 22일 기꺼이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해군 동해본당 주임 이현선(데니스) 신부는 9월 2일 50번째 헌혈을 했다. 두 사제 모두 인터뷰에서 “대가 없는 나눔이 안겨 주는 기쁨을 맛본다면 나눔이 오히려 자신에게 축복임에 눈뜰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크게 희생하지 않아도 되는 기부처럼 안전한 나눔도 괜찮지 않으냐”는 우문에 두 사제는 현답을 돌려줬다. “나눔은 절박한 사람이 찾는 그 절박한 것을 주는 것”이라고, “언젠가 그마저 줄 수 없게 될 때 후회하지 않도록 나눌 수 있을 때 나눠야 한다”고. 그때 ‘천사의 말을 하는 사람도 사랑 없으면 소용이 없고’라는 한 성가가 떠올랐다. 돈이 아닌 것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이라도 좀 줄게”라는 식의 도움이 얼마나 이기적인 것인지 절절히 깨달았기 때문이었을까. 돈 외에도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것은 많았다. 인간이 인간에게서가 아니면 얻을 수 없는 위로, 조건 없는 포용, 용서…. “헌혈과 조혈모세포 기증은 작은 희생일 뿐”이었다는 두 사제 말대로 우리도 돈이 아닌 사소한 실천으로 기적을 일으킬 수 있었다. 물질이 인류를 구원할 핵심 수단이었다면 하느님은 우리 모두를 부자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 모두 안다. 그저 사랑이란 예수님처럼 살과 피를 내어주는 성체성사 같은 것임을 되새길 따름이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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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9-11 오후 2:32:09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