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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셀름 그륀 신부 「감정 학교」…마음 속 불편함 극복하는 방법은? | 2024-0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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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깊은 상처를 받으면 복수심이 생기기 쉽다. 똑같이 상처를 주거나 내가 받은 상처에 상응하는 피해를 주고 싶다. 상처가 깊을수록 복수심도 강해진다. 거기에 이끌리면 상상 속에서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경솔한 짓을 할 수 있다. 고대 신화 속에서도 영웅들이 분노와 광기에 휩싸여 격분하고 거대한 힘을 쏟아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렇게 상처를 받았다는 기분이 드는 순간 솟구치는 복수심은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 선택에 달렸다. 복수심이 제멋대로 날뛰게 되면 우리가 오히려 가해자가 되고 상대방을 희생자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기도로 표현된 복수심은, 하느님이 다시 정의를 세울 것이고 장기적으로 볼 때 악인들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변할 수 있다. 저자 안셀름 그륀 신부는 ‘시기심’과 ‘복수심’, ‘걱정’, ‘공허함’, ‘평정심’ 등 인간의 대표적인 감정 48가지를 통해 감정이 어떻게 우리 존재를 규정하고 삶을 생동감 있게 만드는지 알려준다. 감정의 정의와 오해, 감정이 만들어진 유래와 역사적 사례, 감정의 특징과 기능을 들려주면서 감정의 중요성과 위험성 및 감정 대처법, 성찰과 활용 등을 나눈다. 잘못된 감정적 대응으로 후회하거나 자책하는 사람들에게는 성경 속 인물들의 사례와 융의 심리학을 결합해 감정의 양면성을 통찰력 있게 보여준다. 부정적인 감정을 애써 억누르거나 아니면 화를 참지 못해 터트리고 후회하는 악순환에 대해 그륀 신부는 감정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감정은 우리를 움직이게 만들고 또한 세상과 타인에 대한 태도를 결정짓는다. 마음속 날뛰는 감정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면 나 자신과의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와 회사 업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어디에서나 싫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피할 수 없이 미움받는 일도 일어난다. 이때 우리는 쉽게 무력해지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그륀 신부는 감정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나 자신과의 관계 맺기와 더불어 가족과 회사 동료, 친구, 이웃 같은 여러 인간관계 속 갈등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다고 밝힌다. 모든 감정에서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잘 살피고, 대화를 나누며, 그 감정의 정당성과 의미를 찾아 우리 삶에 긍정적인 힘이 되도록 고민하는 것이다. 감정의 또 다른 의미는 ‘나와 남을 연결해 준다’는 점이다. 우리가 마음속에서 느끼고 외부로 표현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한다. 그륀 신부는 “먼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함으로써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열리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끼면 마침내 서로의 인격이 만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인격은 합리적 주장보다 감정 속에서 더 많이 드러난다. 그런 면에서 감정은 우리 인격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불편한 감정 안에 인생의 해답이 있다”는 저자는 “부정적인 감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저 내 돌봄이 필요한, 나의 위로를 기다리는 아픈 감정만 있을 뿐이다. 모든 감정은 삶을 더욱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색깔임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그래서 우리 마음에 다양한 감정을 초대하고 그것들과 잘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일깨운다. 더 이상 감정에 휘둘리거나 억누르지 않고도 말이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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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9-11 오전 9:32:08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