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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하느님과 스승 엘리야를 백성들과 이어준 엘리사 2024-09-11

제2차 세계대전 말 독일은 천혜의 방어망 라인강을 최후 방어선으로 삼았다. 라인강은 강폭이 넓고 회오리치는 곳이 많아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최적지이다. 히틀러는 라인강의 모든 다리를 폭파하라고 명령했다. 중부 라인강변에 도착한 미군 일부는 아침 안개가 걷히고 포연이 사라진 뒤 기적을 목격했다. 라인강 사이의 레마겐과 에르펠을 잇는 철교가 멀쩡하게 서 있었다. 이 다리에서만 폭발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미군 특공대는 다리 위에서 총격전을 벌이며 한발씩 전진해 1945년 3월 7일 다리를 접수했다, 연합군에게 점령된 라인강 최초의 다리인 셈이다. 연합군은 라인강 너머로 교두보를 마련했고 대공포대를 설치했다. 베를린으로 직행하는 독일의 전략요충지로 계속 병력과 탱크와 물자를 수송했다. 히틀러는 크게 화를 내며 지휘한 장교들을 처형했고, 독일군은 여러 번의 공습과 심지어 실험 중이던 V2로켓까지 10발 이상 발사했지만 다리를 폭파시키지 못했다.


열흘 정도 지나 다리 중간이 무너졌지만 이미 많은 병력이 동쪽으로 넘어간 상태였다, 연합군의 라인강 도하는 연합군 심리와 사기진작에 큰 도움이 되었고, 연합군은 파죽지세로 베를린으로 밀고 들어갔다. 레마겐의 철교 덕분에 수많은 생명을 보전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전투와 전쟁에서 다리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레마겐 철교의 존재는 기적 같은 일이다. 예언자도 결국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하느님의 기적을 사람들에게 이어주고 백성들에게 예언을 전하는 측면에서 말이다.


엘리사가 처음 예언자로 활동할 때는 아합의 통치 말년이었다.(1열왕 19,1-17) 엘리사는 그의 스승 엘리야와 같이 기적으로 유명하다. 엘리사의 첫 번째 공식 활동이 스승의 승천으로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면서 엘리야의 옷을 집어 들고 내리쳐 요르단강물을 갈라친 것이었다. 엘리야가 행했던 기적을 다시 행했던 것이다. 그래서 예언자들은 엘리사를 그들의 지도자와 엘리야의 계승자로서 섬겼다.


대부분의 기적 설화들은 깊은 존경심과 경건한 경외심을 지닌 예언자 그룹과 목격자들과 관련되어 있다. 엘리사는 기적 설화들이 쌓여 역사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다. 가장 유명한 기적은 나병 걸린 아람의 장군 나아만을 고친 것이었다. 죽은 후에도 엘리사의 기적은 중단되지 않았다. 죽은 엘리사의 몸에 닿은 다른 주검이 다시 살아나 제 발로 일어섰다고 하는 전설이 내려올 정도이다.


중요한 것은 능력이 탁월하고, 동정심 많고, 남을 돕기를 좋아하는 엘리사의 인간성이 예언자 그룹의 제자들 기억에 깊이 간직되었다는 것이다. 엘리사가 이스라엘 역사에 준 영향력에 대한 진정성은 명백했다. 왜냐하면 엘리사는 우선 하느님의 뜻을 선포하는 것을 맨 앞자리에 놓았다. 그가 행한 무수한 기적들도 하느님의 뜻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였던 것이다. 엘리사는 평생을 스승과 제자단, 그리고 백성들을 이어주는 평화와 생명의 다리 역할을 했다.



글 _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가톨릭신문 2024-09-11 오전 9:32:07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