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적인 유혹을 극복했다, 심지어 그런 것들을 다 이겨냈다고 호언장담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세파에 흔들리며 사는 이들에게 열등감을 심어주는 사람들인데, 허풍쟁이들입니다. 사람은 마음 안에 깊은 욕구의 뿌리들이 있어서, 쉽사리 욕망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어떤 것은 약해지지만, 대신 다른 것이 나타납니다.
예컨대 젊어서는 이성에 흔들리고, 나이 들면 재물에 흔들리지만, 더 나이 들어 기운이 떨어지면 다 소용없어하면서 자기 자랑, 명예욕에 빠집니다. 그럼에도 재물과 이성에 대한 욕망은 절대로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욕망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욕망의 갈증을 태울수록 더 갈구한다는 것입니다.
로마 시인 오비리우스(Publius Naso Ovidius, BC 43~17)가 “사람은 인생에서 더 선한 것들을 보고 인정하면서도, 더 악한 것을 따른다”고 극단적인 고백을 한 바 있습니다만, 사람의 의지는 항상 선한 것을 추구할 정도로 그리 강하지도 못하고 욕망을 이겨낼 정도로 힘이 세지도 못합니다. 영성 심리학자들은 인간 내면에 대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마음에는 변하고자 하는 마음과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이 항상 같이 살고 있다. 소싸움에서 힘이 비슷한 두 마리 소가 머리를 맞대고 겨루면서 부딪치는 것과 같이 아무 데도 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면서 피를 흘린다.”
욕망을 승화시키는 내적 변화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인간들이 어떻게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겠는가 반문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사람이 진정으로 인간다운 것은, 설사 유혹을 느낀다 하더라도 그 모든 것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외줄 타는 곡예사처럼 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또 그런대로 돌아간다는 것이지요.
글 _ 홍성남 신부 (마태오, 서울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1987년 사제 수품. KBS 아침마당 특강 ‘화날 땐 화내고, 슬플 땐 울어야 한다’로 전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저서로 「챙기고 사세요」 「화나면 화내고 힘들 땐 쉬어」 「새장 밖으로」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