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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그늘이 되어 주는 신앙인 | 2024-0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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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뜨거운 한여름, 느티나무는 변함없이 그늘을 드리운다. 어느 마을을 가든지 그 어귀에는 느티나무가 있다. 마을 사람은 물론 지나던 나그네도 그늘에 머문다. 이 사람 저 사람 차별하지 않고, 그늘에 머물고자 하면 누구든지 맞이한다. 기쁘든지 슬프든지 머무는 사람의 말을 들어주고, 그 마음을 살포시 보듬어 준다. 그래서 느티나무 그늘에 머물면 덩달아 마음도 부드러워진다. 느티나무 그늘이 주는 선물이다. 그런데 왜 느티나무일까? 느티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유래도 여러 가지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유래가 있다. 바로 ‘늦게 태’가 난다고 해서 느티나무란다. 어린나무일 때는 볼품없는데, 아름드리 나무가 되면 참 넉넉하다. 누구나 쉬라고 그늘진 자리를 기꺼이 내어준다. ‘느티나무’, 순우리말이기에 그것으로 좋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그늘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것이 느티나무 매력이다. 그런데 이 느티나무 그늘이 점점 사라진다. 개발 열풍으로 마을이 없어졌다. 사람은 모여 사는데, 마을이 아니고 아파트 단지란다. 느티나무가 있어야 할 자리는 경비실이 대신한다. 느티나무는 조건 없이 다 받아주는데, 오는 사람 가는 사람을 차별한다. 아무나 들어갈 수가 없다. 그러니 마음이 부드러워지기보다 까칠해진다. 무관심하다. 누구나 두 팔 벌려 맞이하고 그늘을 제공하는 느티나무를 어디서 볼 수 있을까? 그래서 나무를 심고 가꾸어야 한다. 이렇듯 느티나무를 생각하며, 우리 신앙도 돌아본다. 우리도 어린 느티나무처럼 보잘것없었지만, 은총으로 자라나 성숙한 신앙인이 되었다. 성숙한 만큼 사람들에게 정신적·영적 쉼터를 제공하는 그늘이 되어야 한다. 느티나무는 모진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 이처럼 신앙인은 굳건한 믿음으로 이웃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어야 한다. 느티나무가 그러하듯 누구에게나 그늘이 되어 주어야 한다. 이것이 신앙인의 매력이다. 신성근 신부(청주교구/산림교육전문가/숲 해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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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9-10 오후 3:12:05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