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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잔치 온 것 같아 눈물이 멈추지 않네요” 2024-09-10
서울대교구·수원교구·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7일 북향민과 함께하는 추석맞이 합동 위령 미사를 봉헌했다. 북향민들이 차례상 앞에서 고향에 잠든 부모를 추모하며 차례를 지내고 있다.

서울대교구·수원교구·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7일 경기 파주 참회와속죄의성당에서 북향민과 함께하는 추석맞이 합동 위령 미사를 봉헌했다. 3개 교구가 함께 위령 미사를 봉헌한 것은 처음이다.

하나원 수료 이후 각 교구와 지역으로 흩어졌던 북향민 130여 명은 이날 한자리에 모여 미사를 봉헌하고, 식사와 레크리에이션도 함께하며 동향인의 애환을 나눴다. 눈물과 기쁨이 뒤섞인 시간이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 정수용 신부는 강론을 통해 “‘기억하는 한 살아있고, 기도하는 한 이뤄진다’는 말이 있다”며 “너무 그립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는 것조차 고통스럽게 다가올 수 있지만, 소중한 사람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과정 안에 모두 연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기억과 기도를 넘어서는 부분은 하느님께서 채워주실 것”이라며 “한가위를 보내면서 마음껏 그리워하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로해주신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미사 후 북향민들은 명태포와 북한식 탕 등이 차려진 차례상 앞에서 절을 올렸다. 세례 후 처음 위령 미사에 참여했다는 강태철(마태오, 서울대교구)씨는 “북에 있는 부모님 산소를 못 가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동향인들과 차례를 지낼 수 있어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북에서 홀로 넘어온 전수예(소피아, 의정부교구)씨는 “하나원에서 나온 이후 이렇게 북향민이 많이 모인 곳에 참석한 건 처음”이라며 “고향 잔치에 온 것 같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초창기부터 민화위 활동에 참여한 모니카(수원교구)씨는 “매일 아침 민족의 화해를 위해 기도한다”며 “지금 이 시간 기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감사하다”고 밝혔다.

현재 북향민은 정부 추계로 3만 4000여 명에 이른다. 그중 정착 5년 이상이 9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수용 신부는 “기존 북한 관련 사업은 초기정착 지원이 많았다”며 “정착 기간이 길어지면서 신자들에게 신앙적·사목적 동반의 필요성을 느꼈고, 비신자들에게도 교회의 배려를 전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허현 신부는 “하나원을 떠나 각 교구로 흩어지면 서로 만날 기회도 거의 없다”며 “하느님 안에서 한 가족이라는 의미가 이번 행사에서 잘 드러났다. 앞으로 원하는 교구가 있다면 계속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4-09-10 오전 10:52:03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