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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보존이냐 활용이냐… 복원 문제 해묵은 논쟁거리 2024-09-10

다빈치의 ‘성 안나와 함께 있는 성모자’. 출처=The Newyork Times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는 천재적인 화가이자 과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과학자로서 그의 활동은 ‘다빈치의 노트북’이라 불리는 방대한 양의 자료로 남아있지만, 회화 작품은 놀랍게도 십수 점밖에 남아 있지 않다. 망실된 것이 아니라 그림을 많이 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남긴 모든 작품은 심심치 않게 화제가 되곤 한다.

10여 년 전 이탈리아 피렌체의 베키오 궁전에서 소재를 알 수 없었던 다빈치의 벽화 ‘앙기아리 전투’가 바사리가 그린 벽화 뒤에 보존되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전 세계 미술계를 흥분시켰다. 다빈치의 벽화라고 확신하는 연구팀은 설사 바사리의 작품이 약간 손상되더라도 그의 작품을 살려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미술사가들은 문화재적 가치가 큰 바사리의 작품을 손상해가면서 다빈치의 작품을 살릴 이유는 없다고 반대했다.

다빈치의 걸작 ‘성 안나’(원제목 ‘성 안나와 함께 있는 성모자’)의 복원 문제로 프랑스에서도 홍역을 치렀다. 이 작품은 바니스의 노화 등으로 복원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전문가들은 다빈치 특유의 ‘스푸마토(sfumato)’를 손상시키지 않고 복원해 낼 수 있을지 우려했다.
 

‘성 안나’ 복원 후 세부 이미지. 다빈치 특유의 스푸마토 손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스푸마토’란 다빈치가 완성한 유화기법으로 사물을 표현할 때 윤곽선이 보이지 않게 처리하는 것이다. 뚜렷한 윤곽선은 원래 대상물의 모습과는 매우 다르며, 실제로는 경계 없이 모호한 음영의 차이만 있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다빈치는 물감을 묽게 희석해서 겹쳐 칠하는 작업을 반복해 붓자국이 보이지 않고 경계면이 마치 연기 속에 있는 것처럼 절묘한 윤곽선을 묘사하였다. 그 유명한 ‘모나리자’의 은은한 미소의 비밀도 이러한 테크닉의 결과인 셈이다. 과학적인 조사에 따르면 ‘모나리자’의 경우 30번 넘게 물감을 겹쳐 칠했다고 한다.

이렇게 완성된 그림 위에 당시 관례대로 바니스가 칠해졌다. 문제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바니스가 황변해 제거가 필요한 경우가 발생한다. 스푸마토는 매우 얇은 두께의 그림층이라서 바니스를 제거할 때 사용되는 유기용제에 의해 함께 지워질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성 안나’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너무 과한 클리닝 때문에 이 스푸마토가 손상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루브르박물관 측은 과학적인 조사와 첨단의 복원기술력으로 원작의 손상 없이 바니스의 일부와 과거의 적절하지 못한 복원 부위만을 제거했다고 자신했다.

‘앙기아리 전투’와 ‘성 안나’를 둘러싼 논란은 작품을 보존해야 한다는 쪽과 작품의 활용도를 중시하는 쪽의 나름 타당한 주장들로, 문화유산 보존방법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거리이기도 하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09-10 오전 10:52:00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