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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면부지 혈액암 환자에게 골수 기증한 군종 사제 2024-09-10
병원에 입원한 박현진 신부가 조혈모세포 기증을 위해 혈액을 채취하고 있다. 박현진 신부 제공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는 성경 말씀처럼 조혈모세포를 당연히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를 위해 나를 조금이라도 내어줄 수 있다 것은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큰 축복 중 하나입니다.”

8월 22일 혈액암 환자를 위해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육군 11기동사단 군종신부 박현진(군종교구 화랑본당 주임) 대위는 “사제이자 군인으로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이를 기부받아 기뻐할 환우를 생각하니 뿌듯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신부가 조혈모세포를 기증할 수 있었던 건 신학생 시절이던 2015년 서울대교구가 펼쳤던 조혈모세포 기증 캠페인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등록기관에 조혈모세포 기증희망자 등록신청 △조직 적합성(HLA) 검사를 위한 혈액(3~5cc) 채취 △조직 적합성 항원형 일치 환자 발견 시 최종 기증 의사 확인 △기증자 건강검진 △기증의 절차를 거친다.

지난 5월 박 신부에게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로부터 9년 전 채취했던 검체와 유전자 형질이 일치하는 환자가 있다는 연락이 왔다. 혈액암을 앓는 생면부지의 환자였다. 박 신부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동의했다. 조혈모세포는 골수에서 복제 및 분화를 통해 백혈구와 적혈구·혈소판 등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모세포다. 혈연관계가 아니면 조직 적합성 항원이 일치할 확률은 2만분의 1에 불과하다. 박 신부가 나서지 않았다면 다른 기증자를 찾기란 무척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만 기증하려면 그에 걸맞은 건강이 필요했다. 박 신부는 평소보다 더 꾸준히 운동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기증이 확정됐다. ‘골수’는 골반(엉덩이)에서, ‘말초혈조혈모세포’는 필요 성분만 채혈하는 성분헌혈 방식으로 각각 채취한다. 조혈모세포 채취를 위해선 사전에 증식 주사를 맞고 3~4일간 입원해 채혈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기증을 위해 4일간 매일 한 차례씩 두 팔에 조혈모세포 증식 주사를 맞았습니다. 그 때문에 몸살 증상이 와서 진통제를 먹어야 했습니다. 1주일 후엔 5시간 30분가량 꼬박 누워 채혈했습니다. 피가 잘 나오게 하려고 팔에 힘을 줬다가 쉬었다가를 반복해야 했는데, 그게 가장 힘들었죠.”

박 신부는 30회의 헌혈 기록도 갖고 있다. 그는 “이번 기증으로 어떤 삶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묻어나는 삶인지, 장병과 신자들에게 실천의 용기를 줄 수 있는 사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될지 가슴에 와 닿았다”며 “건강을 나눠줌으로써 생명이 위태로운 이웃이 희망을 찾게 된다면 오히려 저에게 축복”이라고 말했다.

“사제로서 보여줄 수 있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작은 모범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기증 기회가 또 있으면 기꺼이 화답하겠습니다. 더 많은 이가 기증에 동참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4-09-10 오전 7:52:04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