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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the World | 2024-09-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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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형제 여러분, 영광스러우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서,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야고 2,1) 1970년대 초반의 한국은 후진국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전까지 남한과 북한을 구별하지 못하고, 삼성과 현대는 알지만 한국을 모르는 외국인이 태반이었다. 이때 해외에 있던 한국인 중 ‘차별’을 겪지 않은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서럽고 분이 터지지만 국력이 약한 나라의 국민이라는 것은 족쇄였고 낙인이었다. 옆 나라 일본인들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명예 백인이라는 칭호를 받는 것을 보면서 부러움에 떨었던 것도 한 세대 전 일이다.(지금에 와선 명예 백인이라는 용어 자체가 인종 차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분류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부러움이 아닌 부끄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화합의 장인 올림픽에서도 차별이 있었다. 최초의 올림픽은 여성 참가를 금지했고, 올림픽의 아버지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은 “여성의 몫은 우승자에게 월계관을 걸어주는 일”이라고 했다. 믿기 힘들겠지만,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 다른 인종 간 결혼에 대한 규제가 있었고, 한국전쟁 당시에도 미국의 이민법은 미군과 한국 여성 간 결혼을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한국이 어느새 세계에 자랑할 만한 선진국이 되었고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다. 당연히 해외에서의 한국 국민 위상은 상승했고, 한국 여권이 있으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나라를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 공항에서 있었던 일이다. 동남아에서 온 것 같은 사람들이 일렬로 모여 있었고 젊은 한국인 직원이 이들에게 반말로 소리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라의 관문인 공항에서 본 이 불편한 모습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사적으로 제재하는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 단체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의 댓글과 SNS를 보면 섬뜩할 정도로 증오에 가득 찬 언사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얼마 전까지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겪었던 ‘부당한’ 차별과 똑같다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한국인 차별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아직도 유럽과 미국에서 한국인 차별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때마다 이들이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이런 행태를 지금 우리가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아프고 슬프고 부끄럽다. 얼마 전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돕고자 모인 당대 최고의 가수 46명이 만드는 드라마에 잠시도 한눈을 팔 수가 없었다. 가난으로 차별받고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이들은 함께 노래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명곡으로 꼽히는 ‘We are the World’ 이야기다.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가족이고 하느님께서 돌을 빵으로 바꾸는 기적을 보여주셨듯 우리도 서로 도움을 주어야 하며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노래하는 이들을 보면서, 우리의 노력이야말로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youtu.be/s3wNuru4U0I?si=bPiepLnryjzUVSD3 류재준 그레고리오, 작곡가 /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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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9-04 오후 4:12:07 일 발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