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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악의 세력 물리치고 인류 구원하신 주님 상징의 표지 2024-09-04

9월 14일은 예수님이 못 박히신 성 십자가를 공경하고 묵상하는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이다. 성 헬레나(250?~330년)가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 성 십자가(보목)는 전 세계 여러 성당에 나눠 안치돼 있다. 보목은 우리나라 가톨릭목포성지 산정동준대성전, 갑곶순교성지, 절두산순교성지에도 있다. 성 십자가의 역사와 의미를 살펴보고 우리나라에 있는 보목에 대해 알아본다.



성 십자가 공경의 역사와 의미


예수님이 못 박혀 돌아가신 성 십자가 공경은 4세기 초 그리스도교가 공인된 뒤부터 시작돼 692년 트룰라눔 교회 회의를 통해 강화됐고 787년 제2차 니케아공의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됐다.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9월 14일로 고정됐다.


성 십자가 현양 축일에는 세 가지를 기념한다. 첫 번째는 성 헬레나가 십자가를 발견한 것, 두 번째는 335년 9월 14일 예루살렘의 예수님 무덤 자리에 세워진 부활 대성전을 콘스탄티누스 대제(272~337)가 봉헌한 것, 세 번째는 629년 헤라클리우스 황제(575~641)가 페르시아인들에게서 예수님이 실제로 못 박혔던 십자가의 일부를 탈환한 사건에 대한 기념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를 통해 악의 세력을 이기셨기 때문에 십자가는 신자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때문에 십자가는 수치나 실패의 표지인 형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승리와 구원의 표지로 다가온다.



성 헬레나가 찾은 성 십자가


전설에 따르면,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인 황후 성 헬레나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못 박히셨던 십자가를 찾기 위해 노력하던 중 320년에서 345년 사이에 골고타 언덕에서 몇 개의 십자가를 발견한다. 그중 하나는 병자들의 치유를 돕는 데 특별한 효과를 보였고 다른 하나는 죽은 청년을 되살리기까지 했다. 이 두 개가 바로 회개했던 우도의 십자가와 예수님의 성 십자가로 여겨졌다.


성 헬레나는 성 십자가를 셋으로 나눠 하나는 콘스탄티노플에 있는 콘스탄티누스 대제에게 보내고, 하나는 예루살렘의 주교인 성 마카리오(335년경)에게, 남은 부분은 로마로 가져왔다. 


성 헬레나는 로마의 자신의 궁전 안에 있는 방 주위에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유물들을 안치하기 위한 성 십자가 예루살렘 성당을 지었다. 당시 성당 바닥은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흙으로 덮었다. 


성당은 몇 번의 개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됐고 현재에도 보목 일부와 예수님이 쓰셨던 가시관에서 나온 가시 등 성유물이 모셔져 있다.


보목이 안치된 우리나라 성지


전 세계 여러 곳에 흩어진 성 십자가 조각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보목이 안치된 성지는 광주대교구 가톨릭목포성지 산정동준대성전과 인천교구 갑곶순교성지, 서울대교구 절두산순교성지이다.




가톨릭목포성지 산정동준대성전(주임 윤영남 시몬 신부)의 주보는 성 십자가 현양이다. 제대 아래 유리벽 안쪽으로 모셔져 있는 보목은 1963년 교황청이 “한국천주교회의 발전을 기원한다”며 한국으로 오는 멕시코 과달루페 선교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과달루페 외방 선교회 초대 총장 에스칼란테(Alonso Escalante) 주교에게 전달한 것이다. 이는 다시 1962년부터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던 원 헥톨(Diaz Hector) 신부에게 전달됐고 2018년 광주대교구에 증여됐다.


보목은 주님 수난 성금요일과 성 십자가 현양 축일에 조배를 위해 유리 밖으로 꺼내진다. 보목을 대할 때는 몸이 불편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 십자가에 큰절 혹은 깊은 절을 권하고 있으며 장궤틀을 이용하는 묵상도 좋다.


주임 윤영남 신부는 “보목 앞에서 묵상하면 십자가라는 약함으로 우리 모두를 구원하는 힘을 보여주신 하느님의 사랑을 더 와닿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며 “십자가 현양은 예수님의 죽으심뿐 아니라 부활도 상징함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목은 갑곶순교성지(담당 민동규 다니엘 신부)에 가도 볼 수 있다. 성 십자가 조각은 성지 기념성당 제대 옆 유리관 안에 안치돼 있다. 이 보목은 전 인천교구장 고(故) 최기산(보나파시오) 주교가 1999년 주교 서품을 받을 때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1920~2005)이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평생 목걸이에 담아 보목을 소지했던 최 주교는 2016년 선종 일주일 전 갑곶순교성지에 맡겼다.


성지 담당 민동규 신부는 “우리는 보목 앞에서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신 주님’, ‘십자가에 매달리신 주님’, ‘만남의 십자가’ 이 세 가지를 묵상할 수 있다”며 “특히 십자가의 세로 모양은 하느님과 사람의 연결, 가로는 사람의 시대와 시대를 연결하는데, 가로와 세로가 만나는 시간이라는 한 점에서 하느님과 사람의 만남을 묵상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절두산순교성지(주임 원종현 야고보 신부) 보목은 박물관 학예실에서 관리 중이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09-04 오후 2:32:06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