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News

  • 전례성사
  • 가톨릭성미술
  • 가톨릭성인
  • 성당/성지
  • 일반갤러리
  • gallery1898

알림

0

  • 가톨릭뉴스
  • 전체 2건

“결핍 속에서 감사함 느끼는 순간, 하느님 발견했죠” 2024-09-04

‘도전’마저 아름답게 추억하는 젊은이다운 굳센 마음은 어디서 주어진 걸까. 어쩌면 도전이야말로 영혼이라는 나무를 자라게 하는 ‘물’(양분)이 아닐까?


예수회 마지스청년센터(책임 김정현 요셉 신부, 이하 마지스)는 8월 13일부터 20일까지,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서울 WYD)와 국제 마지스 대회를 준비하는 첫걸음으로 참가 청년 20여 명과 함께 ‘2024 제주마지스대회’(이하 마지스 대회)를 펼쳤다.


일상 속 놓치고 있던 영적 성장을 찾아 순례자가 된 청년들은 일상에서 체험하기 어려운 낯설고 다양한 도전을 마주했다. 한여름 뙤약볕마저 불사한 7박8일 여정을 통해, 메말랐던 영혼을 ‘물’(도전)로 촉촉이 적시고 왔다.


예수회는 선교 역사 안에서 뿌리내려 온 본회 영성을 청년들에게 체험하게 하는 장으로 마지스 대회를 열어오고 있다. 올해도 청년들은 이냐시오 영성을 토대로 만들어진 매일의 기도 루틴을 따르고, 매일 20㎞씩 걷는 고된 일정을 소화했다.


대회의 꽃은 중간에 3박4일간 체험지로 파견돼 낯선 상황 속에서 도전을 받는 ‘체험’ 기간이었다. 각각의 다양한 테마를 가지고 소규모로 흩어져 그곳에 몰입해 살아남는 일종의 서바이벌 체험과 같았다.


이번 대회 참가 청년들은 각각 ‘순례팀’과 ‘생태팀’으로 나뉘어 현장에 투입됐다. 생태팀 청년들은 생태적 삶을 고민하는 농부의 농장에 가서, 농막에서 지내며 밭일을 돕고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음식을 해 먹는 지속적이고 생태적인 생활문화를 경험했다.


일상에서 체험하기 어려운 도전은 ‘결핍’이 돼 청년들에게 다가왔다. 참가 청년들은 30℃가 넘는 폭염 속에 행군하며 낡은 순례자 숙소로 잠자리를 옮겨 다녔다. 농가의 창고에서 다 함께 지내며 일손을 도울 때는 흙바닥 위에서 잠을 자야 했다. 물도 부족하고 식량도 부족한 채로 모든 순간을 함께 맞닥뜨리고 헤쳐 나가야만 하는 체험이었다. 모든 체험은 청년 코어팀 봉사자들이 이끌었고, 이들은 같은 도전 속에서도 공동체를 위해 식별하고 결정하는 소명을 수행했다.



결핍은 청년들이 진정 삶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묵상하도록 이끌었다. ‘공동체’였다. 청년들은 자신이 바라는 자기 역할과 실제 능력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고민하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순례자들’이라고 부르며 다독이는 가운데 ‘함께’라는 아름다운 가르침이 아로새겨졌다고 입을 모았다.


순례팀 리더 안유주(로사리아) 씨는 “순례자로서, 그리고 함께 걷는 벗들을 이끄는 길잡이로서 친구들 발의 무게를 제가 덜어줄 수 없다는 것이 미안했다”며 “서로가 서로에게 애틋해진 그 모든 순간을 통해 하느님과의 관계가 더욱 깊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공동 리더 조민수(클라로) 씨는 “무더위 속에서 오히려 자신에 집중하며 그간 놓쳤던 것들을 숙고하게 됐다”며 “모두가 이렇게 변화하고 새로운 힘을 얻어서 돌아왔다”고 말했다.


생태팀 리더 백가영 씨는 “비신자인 자신을 있는 그대로 환대해 준 공동체가 너무 고마웠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자연에게도, 함께 살아가는 친구에게도 빚지며 살듯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삶을 고민하는 충만한 시간을 선물받았다”며 웃었다.


이번 마지스 대회는 국내 체험이었지만, 참가 청년들에게 낯선 외국에서의 체험만큼 깊이 있는 체험이 됐다. 지난해 포르투갈 마지스 대회 참가자였던 유선재(미쉘) 씨는 “함께 자고 먹으며 공유하는 감정과 마음이 곧 서로에게 위로였다”고 말했다. 이어 “결핍 속에서 더 감사하게 되는 바로 그 지점에서 하느님을 발견했다”며 “그때 우리가 비로소 하느님 영광을 위해 매 순간 자신을 투신하는 청년 사도로 거듭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전했다.


◆ 예수회 마지스청년센터는


마지스청년센터는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라는 예수회 모토에 따라, 이냐시오 영성을 따라 사는 청년 사도직을 ‘더욱 더’(라틴어 Magis) 넓혀가고자 2013년 설립됐다. 젊은이 침묵피정, ‘모하기’(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 발견하기) 프로그램, 청년 토크 등 청년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냐시오 영성을 소개하는 활동을 해왔다.



마지스는 2019년 예수회 보편적 사도적 선택 중 하나가 ‘젊은이들의 희망찬 미래여정 동반하기’로 결정되면서 보다 더 영신수련을 기반으로 한 활동에 집중해 청년들을 동반하고 있다. 가장 큰 활동 두 가지는 젊은이 침묵피정과 ‘마지스서클’이다.


젊은이 침묵피정은 청년들이 한 단기간 침묵 피정 속에서 각자의 고유한 하느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동반한다. 정기적으로 열리며, 교구와 함께 진행하는 경우 ‘가톨릭 청년 침묵 피정’이라는 이름으로 위탁 진행하기도 한다.


마지스서클 참가자들은 6개월~1년간의 장기적이고 깊이 있는 양성을 통해 이냐시오 영성 요소를 배우고 공동체 안에서 직접 체험한다. 개별 영적 동반을 받고 자기성찰 습관을 들이며, 자연스럽게 이냐시오 영성에 맛을 들이고 다함께 체험을 떠난다. 현실 속 다양한 상황에서의 영적 식별이 무엇인지 부딪히며 배운다.


올해 진행된 마지스서클 2기는 이냐시오 영성 배움터부터 활동 봉사, 2024 제주마지스대회와 체험까지 모든 과정을 청년 봉사자들인 코어팀과 함께 기획·진행했다. 청년들이 직접 미리 양성받은 내용을 토대로 이냐시오 영성에 대한 강의를 하기도 했다. 마지스 사목자들은 팀을 정기적으로 만나 개인 영적 면담, 매달 공동체 나눔 등을 꾸준히 동반했다.



마지스에는 청년 사목자가 3명 있다. 책임 김정현 신부, 정다운(안젤라) 씨, 홍찬미(글로리아) 씨다. 이들은 각자의 특색을 살린 고유한 소그룹 모임 운영, 사목에 대한 의견 교환, 수다를 나누는 모습까지 가감 없이 보여주며 ‘함께 걷는’ 신앙 공동체의 예시를 선사한다.


청년들은 젊은 평신도 청년 사목자들이 영적 동반, 신앙프로그램 운영 등을 주체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신앙 경험이나 의견을 개진하는데 자신감을 얻는다.


김미소진(마리아) 씨는 “‘마지스 공동체 안에서 터득한 시선의 변화가 나도 모르게 평범한 일상에도 물들어 간다”며 “일상 모든 순간이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는 관상의 장이 됐다”고 말했다. 배기현(카타리나) 씨는 ‘각자의 영적 성장과 고유한 하느님 체험에 마지스 공동체가 깊은 관심을 갖고 개별적으로 동반하기에, 약함이나 부족함 속에서 하느님의 온전함을 체험한다“며 웃었다.


김 신부는 ‘마지스는 청년들 삶에 맞닿은 하느님을 발견하는 ‘영신수련의 일상화’를 전하고자 한다”며 “마음속 어떤 움직임이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고 어떤 것이 아닌지 모호해 두려움과 압박감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큰 영적 해방, 평화의 체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09-04 오후 2:32:06 일 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