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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카시아누스의 참된 자유」…권위에 맞서 복음 지킨 영성 묵상 2024-09-03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 ‘자유’의 사전적 정의처럼 사람들 대부분은 자유를 바란다. 그러나 자유와 자의(恣意)를 혼동하기도 하고, 내가 바라는 자유가 진정 무엇인지 잘 모르기도 한다. 바오로 사도는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5장 1절에서 “자유를 위하여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해방하셨습니다”라고 했다. 여기서 자유는 진정 어떤 의미일까. 신앙인들이 되새겨야 할 참된 자유는 무엇이고, 또 무엇으로부터의 자유일까.


이집트의 수도승 요한 카시아누스는 정치적·교회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타인의 판단을 두려워하지 않고 복음을 지향하는 자유로운 영적 삶을 추구했다. 책은 서방에 동방 영성을 전한 위대한 교부 요한 카시아누스의 생애와 글을 통해 참된 자유에 대해 묵상할 수 있도록 이끈다.


요한 카시아누스가 살았던 4~5세기는 정치적으로나 교회적으로 혼란한 시대였다. 콘스탄티노플의 군사력은 풍전등화였고 로마는 그리스도교 대도시 중 우위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서고트의 알라리쿠스와 그의 군대에 점령당하고 만다. 신생 종교였던 그리스도교 상황도 좋지 않았다. 올바른 신앙 고백을 두고 치열한 싸움이 진행 중이었다. 이런 혼돈 속에서 그의 화두는 ‘권력자들인 당시 황제와 신하들, 관리들은 백성들을 희생시키면서까지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도록 허용되었는가? 그리스도인은 욕망과 악에 저항할 의지가 있는가?’ 등이었다.


그는 자기 길을 찾아 사막으로 나섰다. 당시 사막에는 내적 자유를 찾아 떠나온 많은 이들이 있었다. 요한 카시아누스는 그가 찾아가 만났던 사막 교부들이 그들을 유혹하고 괴롭히며 충동질하는 생각과 어떻게 싸우는지 보았다. 어지러웠던 시기에 세계를 떠돌며 동방과 서방, 도시와 사막이라는 극과 극의 생활을 접하고 경험했던 요한 카시아누스는 「담화집」 등의 글에서 어떻게 하면 속박에서 벗어나고,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고 내적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는지 살폈다.


「담화집」에서 친구 게르마누스와 요한 카시아누스는 경험 많은 수도승에게 평온함에 다다르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묻는다. 핵심은 ‘아나코레스’(Anachorese)였다. 그리스어로 ‘물러남, 피난, 휴식’을 뜻한다. 낡은 습관과 관념에서 벗어나고, 우리에게 필요하거나 우리가 해야 하는 모든 것에 대한 조급함을 내려놓는 것이다. 아울러 공허함을 견디고 평정함을 찾고 본질적인 것을 위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초대교회 사막 교부 및 교모의 영성을 전공하고 지금은 고대부터 중세 초기의 영성을 현대 정신분석과 연결하는 작업 중인 저자는 요한 카시아누스의 가르침으로 삶 속의 실패, 실수, 죄, 위기 등을 다룬다. 그리하여 본질적인 것을 인식하기 위해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깨닫도록 한다. 교만과 슬픔, 분노, 온유, 단식, 분별, 습관 등 우리가 일상에서 늘 고민하는 내용들이 요한 카시아누스를 비롯한 사막 사부들의 지혜 속에서 해답을 찾아가는 듯하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자유를 주실 뿐만 아니라 인간이 자유롭게 되고 자유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도움을 주십니다. 여기서 자유란 선을 행할 자유, 하느님의 선한 계명을 깨닫고 그 계명에 따라 사는 자유를 뜻합니다. 목표는 마음의 순결입니다.”(117쪽)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가톨릭신문 2024-09-03 오후 5:32:09 일 발행 ]